[사설] 北 김정은에 '핵'과 '경제'를 모두 안겨줘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난 서두르지 않는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 이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재차 이 말을 한 것이다. 북한 핵 동결과 대북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스몰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로선 극히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문제 목표치를 계속 낮춰왔다. 수년 내에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던 미국은 최근엔 핵 동결과 상응조치를 자주 거론하며 구체적인 시간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미·북 상호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상응조치로 거론된다. 국내에선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협력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관건은 북한이 비핵화를 어느 수위에서 이행할 것인지다. 미국은 핵 동결을 비핵화의 입구로, 핵 폐기를 출구로 잡는 단계적인 방식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적어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이행 시간표가 담긴 로드맵을 끌어내야 한다. 로드맵 없이 핵 동결에 머무르거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북한에 핵보유의 길을 넓혀줄 것이다.

북한은 과거 제재가 풀릴 때마다 이익만 취하고는 핵·미사일 도발을 거듭했다. 지난해 ‘4·27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에도 말로만 비핵화를 떠들었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첫발도 떼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제협력과 제재 완화 애드벌룬을 띄운다면 비핵화 가능성은 낮아지고 북한의 ‘몸값’만 높일 우려가 크다. 김정은에게 핵과 경제를 모두 안겨주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