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흔들려는 '추격자'…해외로 눈 돌리는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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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로펌' 대표 변호사 확정…중위권 로펌 '새 얼굴' 대거 등장
대형 로펌들의 경영 대표 변호사가 모두 확정됐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상위권 로펌은 대표 변호사를 바꾸지 않으면서 안정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중위권 로펌들은 변화를 꾀하며 변호사업계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세종 김두식 6년 만에 대표 ‘컴백’법무법인 세종은 다음달 1일부터 김두식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직을 맡는다. 세종 창립 멤버인 김 변호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분 파트너 변호사 과반의 지지를 얻어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대표 변호사를 맡아 세종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후발 로펌들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김 변호사의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국제중재와 국제통상법 전문가로 꼽힌다. 세종은 김 변호사를 주축으로 인수합병(M&A), 금융, 국제통상, 공정거래 등 세종이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제 자문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율촌은 윤용섭 변호사가 지난 1일부터 경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윤 대표는 전체 파트너 변호사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임됐다. 율촌은 윤 변호사를 필두로 신산업영역을 중심으로 선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조세 등 율촌의 강점은 강점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율촌 변호사들은 로펌 업무에서 팀별 업무 협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 윤 변호사가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바른은 지난 1월 박철 변호사를 대표로 선임했다. 바른의 발전 전략은 기업 자문 분야 강화다.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많아 송무로 유명한 바른은 올해를 사업영역 확대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송무 경쟁이 심해지는 만큼 자문 분야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바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문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해 왔고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며 “중소기업도 적당한 가격으로 전문적인 법률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지평도 경영 대표를 새로 뽑았다. 지평 창립 멤버인 임성택 변호사다. 지평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로펌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공익과 로펌 발전의 균형을 모색할 전망이다. 지평은 ‘공익 추구’ 경영 방침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대표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이에 걸맞은 분야별 인재를 영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톱3’는 글로벌 경영 전략에 집중김앤장 태평양 광장 등 ‘톱3’ 로펌들은 기존 대표 변호사를 유지하면서 조직 안정화를 중시하는 모습이다. 이들 로펌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외 기업의 해외 법률 수요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끌어와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앤장은 2011년 6월부터 정계성 변호사가 경영 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 대표를 뽑는 방식은 비공개다. 정 대표 변호사는 해외 네트워크를 적극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대폭 강화해 로펌 이미지 개선에 힘쓰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태평양은 김성진 변호사가 5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국제 분쟁 업무에서 태평양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법 및 규제 컨설팅을 담당하는 GR솔루션그룹을 출범시킨 것도 그다. 태평양은 블록체인, 가상화폐, 개인정보보호, 헬스케어 등 4차 산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글로벌화를 위한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홍콩,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미얀마 양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해외에 8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광장은 안용석 변호사를 지난해 3월 대표 변호사로 선임했으며 올해도 활동을 이어가도록 했다. 광장은 2017년에 40주년 맞아 ‘글로벌 로펌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광장이 국제중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유다. 지난해에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한 한국 정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정부 측 대리인을 맡았다.

상당수 중위권 로펌이 대표 변호사를 새로 뽑았지만 화우와 동인은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정진수 대표 변호사가 올해도 화우를 이끈다. 지난해 공격 경영을 지속하면서 로펌 대표들 사이에 ‘예전의 화우가 아니다’는 얘기까지 돌 정도다. 화우는 로펌 조직을 기업자문, 금융, 국제, 기업송무, 노동-정부관계, 부동산 등 10개 전문그룹으로 재편하고 모든 법률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노사문제 등 정부 규제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재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무 분야가 주력인 동인은 창립자인 이철 대표가 지난해 4월 2년 임기의 대표직을 계속 맡기로 했다. 동인은 기업 송무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륙아주는 최순실 특검 출신인 이규철 변호사를 지난해 대표로 선임한 뒤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윤상/이인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