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혁신 리더십' 강화…과감한 도전으로 미래전략·신사업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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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 맡는 정의선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입사 20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다. 그는 1999년 구매담당 이사로 현대차에 들어왔다. 2005~2009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걸 제외하고는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된 적이 없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이듬해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대표이사는 맡지 않았다.
鄭 수석부회장, 현대차 입사 20년 만에 대표이사 올라
내달 기아차 사내이사도…그룹 총괄하며 책임경영 나서
사외이사 전문성·다양성 강화…외국인 사내이사 선임도
정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미래기술 투자와 글로벌 인재 영입 등을 주도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밑에서 조용히 일하던 방식은 그가 작년 9월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바뀌었다. 그룹 경영을 도맡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작년 12월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를 했다. 보수적인 그룹 문화를 바꾸는 작업도 시작했다. 재계에선 앞으로 그룹의 변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4개 계열사 사내이사로
현대차는 다음달 22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주총이 끝난 뒤 이사회를 열어 그를 대표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현대차 대표이사는 기존 정몽구 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울산공장장) 등 3명에 이어 정 수석부회장까지 4명(각자대표이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는 정 회장, 임영득 전 사장(현 고문)에서 정 회장,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으로 바뀐다.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사내이사직도 맡는다. 기아차는 다음달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그의 직급을 기타비상무이사에서 사내이사로 바꾸기로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4개 주요 계열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를 맡는 동시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 역할을 한다.
경제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을 맡게 된 시기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내년 이후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그만큼 현대차그룹에 변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한국 자동차산업이 초유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어서 과감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맡은 이후 그룹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 출신(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과 외국인(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을 현대제철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전면폐지하고 30여 년 만에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교체했다.외국인 등기임원 늘어난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사회 구성도 크게 바꾸기로 했다. 외국인을 사내이사(현대차) 및 사외이사(현대모비스)로 선임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비어만 사장을 사내이사로 추가 선임하기로 했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30여 년간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했다. 2015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지난해 현대차 최초의 외국인 사장이자 연구개발본부장이 됐다.
현대차는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세계적 권위의 글로벌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윤 부회장은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국적 투자회사에서 최고경영진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오 전 파트너는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미국 캐피털그룹에서 25년간 일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과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등을 지낸 이 교수는 학계 내 대표적인 지배구조 전문가다.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전문가 2명을 사외이사로 뽑을 계획이다. 칼 노이먼 전 오펠 최고경영자(CEO)와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털 공동대표가 주인공이다. 2명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두는 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처음이다. 노이먼 전 CEO는 콘티넨탈과 폭스바겐, 오펠 등에서 고위임원을 지냈다. 지금은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이벨로즈시티에서 일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존스 대표는 미국 베어스턴스에서 투자은행(IB) 본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