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중국발 폴더블폰 참사…'화웨이 메이트X' 우글쭈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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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예상했지만 293만원 초고가 책정
아웃폴딩 구조 태생적 단점 극복 못해
접히는 힌지, 평평하지 않고 우그러져
갤럭시폴드,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효과
제품 완성도 상용화 시점 격차 커질 듯
화웨이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개막 전날인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G 폴더블폰 ‘메이트X’를 선보였다. 앞서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언팩에서 공개한 ‘갤럭시폴드’를 잡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다.
지난해부터 폴더블폰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표출했던 화웨이였기에 기대감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폴더블폰은 없었다.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 정의된 '펼치고 접히는' 폴더블폰이 아니었던 것. 차라리 '펼치고 구부러지는' 벤더블폰으로 불릴만 했다. 게다가 비쌌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와 10~20만원도 아닌 무려 70만원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인상적인 강점도 없었다. 오히려 심각한 단점만 지녔다. 이는 리차드 위 화웨이 대표의 시연 현장에서 확인됐다.시연 영상에서는 제품 완성도가 의심되는 몇면 장면이 있었다. 리처드 유 대표는 메이트X가 잘 펴지지 않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펴진 힌지 부분은 깔끔하지 않았고 굴곡진 주름을 그대로 드러냈다. 메이트X의 화면이 꺼진 뒤 잠시동안 켜지지 않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 모든 사태는 기술 부족에서 비롯됐다. 아웃폴딩은 화면을 밖으로 접는만큼 휘어지는 화면 면적이 인폴딩보다 넓다. 그러나 면적만큼 인장 응력(재료가 외부의 힘을 받아 늘어날 때 내부에 발생하는 저항력)도 분산되기 때문에 주름이 생길 가능성이 적다. 문제는 완벽한 기술을 갖춘다 해도 전통적인 힌지 구조인 아코디언 방식을 적용하면서 평평한 디스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최초 폴더블폰 타이틀을 버리고 인폴딩 방식을 택한 이유가 분명해지는 대목이다.삼성전자는 아웃폴딩과 인폴딩을 두고 고심했지만 끝내 훨씬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후자를 택했다. 빠른 출시 시기를 포기하고 제대로 만들어 완성도를 높이는 쪽에 베팅한 셈이다. 그 결과 갤럭시폴드는 새로 개발된 힌지 기술로 화면을 책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고, 접어서도 평평하고 얇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화웨이의 조급함도 일을 그르치는 데 한몫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전자를 바짝 쫒는 상황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 모바일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MWC에 맞춰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택한 것이 아웃폴딩이었지만, 이마저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았을테다.
메이트X가 기대에 못 미치자 화웨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폴더블폰이란 타이틀을 브랜드 마케팅에 이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화웨이 역시 로욜처럼 폴더블폰을 자사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작년 2억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한 화웨이가 폴더블폰의 생산 목표량을 20만대(0.1%)로 잡은 점도 이런 의구심에 무게를 싣는다. 사실 화웨이는 메이트X의 출시 시기를 특정하지도 않았다. 화웨이 뿐 아니라 샤오미도 폴더블폰 부분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샤오미는 이번 MWC에서 양쪽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개조차 안했다. 구체적인 공개 일정도 언급하지 않았다. 글로벌 공식 무대에 선보일만큼 제품 완성도를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에 화웨이의 폴더블폰이 혹평 받으며 덕을 본 건 삼성전자다. 갤럭시폴드는 고가 논란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고 깔끔하게 접히는 인폴딩 기술력은 돋보이게 됐다. 실제 온라인 상에서도 갤럭시폴드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들로 보아 향후 폴더블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독주가 짐작된다. 중국 제조사들이 완성도 높은 폴더블폰을 내놓을 때쯤, 이미 몇발 앞선 삼성전자는 더 진화된 폴더블폰에 매달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갓 나온 갤럭시폴드보다 2세대, 3세대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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