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김정은, 美 언론과 파격적 동거…전례 없는 '열린 태도'

폐쇄적·낡은 이미지 탈피하며 자신감 드러내…'언론 프렌들리' 속내도
특별취재반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기간 미국 백악관 프레스센터와 동거하는 파격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하노이의 멜리아 호텔 측은 25일 안내문을 통해 "우리 호텔에 머무는 국가 정상(Head of State)의 방문에 따른 베트남 정부의 외교 의전에 따라 호텔 로비에 보안검색대가 설치될 예정임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보안검색대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가동될 예정"이라며 투숙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북측 실무팀과 경호팀이 사전에 이 호텔을 집중적으로 점검한 데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베 정상회담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안내문 상 국가 정상은 김정은 위원장을 의미하는 것이 확실시된다.최고지도자의 신변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일반 서방 언론도 아닌,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이용하는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호텔을 숙소로 이용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상식으로는 가히 상상조차 힘든 파격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통틀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외국의 프레스센터가 있는 장소를 숙소로 이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두 사람 모두 외국 언론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던데다 우호적 언론과 인터뷰에 국한돼 있었고, 대외활동 역시 동유럽 등 사회주의 국가에 한정됐다.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지난 70년간 대립해온 '제1적국'인 미국의 기자들이 집결된 프레스센터를 자신의 안방에 머물게 한 셈이다.

아무리 현재 북미 정상이 관계 개선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하지만 겨우 입구에 선 상황에서 이런 결단을 내리기에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멜리아 호텔 선정을 어느 쪽이 먼저 했든 최고지도자의 신변과 보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숙소를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도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적 선택에는 어릴 적 외국에서 교육받은 신세대 젊은 지도자다운 '열린 마인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언론을 피해 폐쇄적이고 낡은 이미지를 보일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당당하게 상대하는 게 낫다는 김 위원장 특유의 스타일과 솔직함,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작년 4월 방북한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뒤 소탈하게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평가된다.

특히 당시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남측 예술단의 첫날 평양 공연에서 남측 취재단의 공연장 입장이 제한된 것과 관련, 직접 찾아와 사과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의 사과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김일성·김정일 정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연장선에서 김 위원장의 '언론 프렌들리' 속내도 엿보인다.

미국의 주요 언론 등이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현실에서 이들을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만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미국 백악관 기자들을 상대로 미국과 국제사회에 팽배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는 동시에 미국의 상응한 조치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설명할 기회도 가질 수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온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이런 결단은 비핵화로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 과시라는 평가도 나온다.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 이후 북한 매체들이 북미 협상과 관련해 '과거 탈피'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