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적국서 동반자로…북미회담 고리로 美·베트남 관계 '전면격상'

트럼프, 베트남 주석·총리와 잇따라 회담…北 관심 '베트남 모델'도 주목
역사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담판의 무대를 제공한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급속도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베트남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과 만나 확대 양자 회담과 무역협정 서명식을 하는 데 이어 정오부터는 정부청사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회담 및 업무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베트남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개최 장소를 제공하고 회담 성사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베트남과의 우호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베트남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로 이동한 직후 올린 트위터 글에서 "하노이에서 대단한 환영을 보여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며 "엄청난 인파와 매우 큰 사랑!"이라면서 베트남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하노이에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주최해 준 데 대해 베트남 정부, 베트남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베트남은 놀랄만한 일을 해냈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는 회담 후에는 트위터에서 "베트남은 점점 더 미국의 가까운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다양한 전략적 이익과 평화, 안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바람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과거 전쟁을 치른 적성국 관계로서 대립과 갈등을 겪었지만, 이후 베트남의 개방정책을 토대로 국교를 정상화하며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형성했다.베트남은 과거 베트남전(1964∼1975년)을 거치며 미국의 적대국이 됐다.

이어 베트남전이 끝난 후 2년 만에 캄보디아를 침공한 베트남에 대해 미국은 유럽과 손을 잡고 강력한 고립정책에 나섰다.

이로 인해 베트남은 경제 위기에 직면했지만, 19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채택하고 3년 뒤 캄보디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해 신뢰를 쌓은 끝에 1994년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났다.

더 나아가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지 20년 만인 1995년에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공동 번영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두 나라의 교류도 최근 들어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엄청난 성장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1994년 제재 해제 이후 4억5천만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베트남전 종전 43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베트남 다낭에 기항해 5일 동안 양국 해군 간 우의를 다지는 다양한 행사를 펼치는 등 외교 관계에서도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이처럼 양국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 관계로 상생하는 '베트남 모델'은 2차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핵 문제 등으로 대척점에 있는 북한이 따라가기를 바라는 대안적 경로의 선례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발전을 이룬 성공 모델로 각각 베트남을 바라보는 입장이다.

북한은 베트남이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외국자본을 유치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것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노동당과 김씨 일가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성장과 개혁·개방을 추구하는 지도부 입장에서 가장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는 점에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말 베트남을 공식 방문해 도이머이 노하우 전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역시 폼페이오 장관이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북측을 향해 베트남과의 '선순환 모델'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