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함영주 하나은행장 3연임에 우려…"당국이 할일"

"채용비리 법률 리스크 해소 안돼"…김정태 제외 임추위원들 면담
'인사개입' 우려 제기…한국당 "금융권 블랙리스트" 정치쟁점화 시도
금융감독원이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3연임에 우려를 표명했다.함 행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당국이 그의 3연임에 제동을 걸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는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3명을 시내 모처로 불러 26일 면담했다고 27일 밝혔다.

금감원이 면담한 사외이사는 윤성복 이사회 의장과 차은영·백태승 이사다.이들 3명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그룹 임추위는 하나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 후보를 추천한다.

이어 각 계열사의 임추위와 이사회를 거쳐 단독후보가 확정되면 주주총회에서 선임된다.금감원은 윤 의장을 비롯한 임추위원들에게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가 은행의 경영 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어 "은행의 주인인 주주와 고객을 대신해 금융회사의 경영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서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함 행장을 업무에서 배제하기는커녕 3연임이 유력하게 추진되는 데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임추위는 오는 28일 회의에서 차기 행장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은행장 대상 조찬 강연 직후 기자들을 만나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법률적 리스크를 잘 체크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이런 입장은 함 행장의 3연임에 대한 반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으므로 '우려'라는 표현으로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판결은 올해 말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15년 공채에서 지인으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2015년과 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1로 해 남자를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하나은행 노동조합도 "함 행장의 경영능력 우수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3연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지난 25일 내놨다.

노조는 함 행장에 대해 "하나·외환은행 제도통합이 예정보다 1년 넘게 미뤄지는 원인을 제공해 조기 통합의 걸림돌이 됐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하나금융 임추위원들을 만나 함 행장의 3연임에 우려를 전달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연합뉴스에 "금융감독과 인사개입은 다르다"며 "3월 임시국회 때 금감원장을 상대로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인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금감원이 민간 은행장 선임에 관여해 특정인을 배제하려는 건 '금융권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지배구조 리스크 우려는 관치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고 반박했다.또 "민간은행 인사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하나은행장 선임에 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음을 면담과정에서도 명확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