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련한 협상가'로 성장…트럼프, 실리 챙기기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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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실무진 배제하고 독대
김정은에 유리하게 작용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련한 협상가’로 성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리를 챙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더 노련한 협상가가 된 젊은 독재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등 꾸준히 외교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다.WSJ는 북한이 이번 회담의 유리한 고지를 잡았다고 평가하면서 북한이 외교적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핵물질을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협상이 틀어지면 언제든 핵무기를 다시 만들면 되는 상황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은 자신이 정상회담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며 “그가 자신이 우세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WSJ는 북한 핵 시설이 모두 파악되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비핵화를 허용하면서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점도 김정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행정부 실무진을 배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담판하는 자리를 만든 것도 김정은의 협상 전략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첫 방북 때 미국을 ‘갱스터 같다’고 비난하며 만남을 거부했다. 이후 뉴욕에서 열리기로 한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만남 자체가 득이 될 게 없지만, 김정은에겐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거나 자존심을 건드려 즉흥적인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 기회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기 때문에 김정은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선 호기로운 성격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각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많은 것이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이 제시하는 내용의 실현 가능성 등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진보다 더 잘 알기는 어렵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