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총괄, 김정은 대신 하롱베이·하이퐁行…'도이머이'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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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길' 둘러보며 제재완화 압박한 北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대가로 ‘베트남의 길’을 제시하자 북한도 ‘베트남 배우기’에 나섰다. 베트남은 사회주의국가임에도 개혁·개방을 통해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북한이 ‘따라야 할 길’이라 여겨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전까지 숙소에서 회담 구상에 골몰하는 동안, 김정은의 경제·외교분야 핵심 참모들은 베트남식 ‘도이머이(쇄신)’를 체험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8시 관광단지 하롱베이로…오수용 등 크루즈 투어하며 오찬
LG전자·디스플레이 공장 있는 하이퐁 산업단지 오후에 들러
세계적 관광지 하롱베이 배우기북한 경제분야 최고 실세로 알려진 오수용 노동당 경제담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20여 명 규모의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일찌감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을 나섰다. 이수용 노동당 외교담당 부위원장과 김평해 노동당 인사담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도 함께했다. 차량으로 160㎞를 이동해 오전 10시께 베트남 최고 관광지로 꼽히는 하롱베이의 파라다이스 선착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박에 올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하롱베이를 둘러보는 ‘크루즈 투어’를 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응우옌반독 꽝닌성 당서기와 응우옌득롱 꽝닌성 인민위원장이 이들을 안내했고, 크루즈 위에서 오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이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유명 관광지인 하롱베이를 시찰지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 대표단은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 9월 완공한 하노이~하롱베이 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이 고속도로는 하롱베이와 40㎞ 거리에 조만간 완공될 번돈국제공항과 함께 하롱베이를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나게 하려는 베트남 정부의 야심작이다.
북한도 관광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에 수차례 방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핵담판 이후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가장 먼저 드라이브를 걸 산업도 외화가 직접 유입되는 관광업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한 교류와 관련해 개성공단 재개보다는 금강산 관광이 먼저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베트남 2대 공업지대 탐색
북한 대표단은 이후 오후 2시부터 하롱베이에서 하노이로 복귀하는 길에 있는 하이퐁 산업단지를 시찰했다. 하이퐁 산업단지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 대거 몰려 있는 베트남 경제 발전의 선도 지역으로 일찌감치 김정은의 방문 가능성이 제기된 곳이다. LG전자의 가전공장과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공장 등 한국 기업들도 입주해 있다.
북한 대표단을 안내하고 수행하는 역할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이 맡았다. 대표단은 빈그룹이 운영하는 ‘빈패스트(Vinfast)’ 자동차 공장과 휴대폰 업체인 ‘빈스마트’, 농장인 ‘빈에코’ 등을 꼼꼼히 둘러봤다.빈패스트는 베트남이 만든 첫 번째 완성차 브랜드다. 베트남 경제가 저임금 노동을 통한 해외 기업의 하청기지가 아니라 자생력을 갖추고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빈그룹은 15억달러를 들여 이곳에 33만㎡ 규모의 공장을 세웠고, 오는 9월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할 예정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개발을 꾀하려는 북한 체제의 미래상과 가까운 모델이다.
빈그룹은 베트남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팜니얏트보홍 회장이 설립했다. 팜 회장은 2003년 관광지 냐짱에 첫 빈펄리조트를 지으면서 사세를 키웠다. 빈그룹은 빈홈스(부동산), 빈컴(쇼핑몰), 빈에코(식품 유통), 빈스쿨(고등교육), 빈멕(의료), 빈마트(슈퍼마켓) 등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50억달러에 달한다.
북한도 베트남을 롤모델로 여기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오전 ‘경제발전에 힘을 넣고 있는 ?남(베트남)’이라는 기사에서 베트남을 ‘손꼽히는 천연고무 생산국’,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큰 커피 수출국’이라고 언급하면서 “농업에 치우쳐 있는 경제의 편파성을 극복하고 다방면적인 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한 사업이 힘 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