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높았지만 '개혁보수' 가능성 확인한 오세훈

일반국민 여론조사선 과반 득표로 1위…당심 잡기가 과제
15년만에 여의도 정치판 복귀…'황교안 대세론' 속 선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의도 정치 복귀는 15년 만이다.지난 2004년 16대 국회의원을 마친 뒤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후보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에게 패해 여의도 복귀에 실패했다.

그만큼 오 전 시장이 이번 2·27 한국당 전대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홍준표 전 대표 등 당권 주자 5명이 전대 연기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차했을 때에도 홀로 전대판에 남았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황교안 대세론'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히려 선거운동 기간 싸늘한 당심을 확인해야 했다.

오 전 시장이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을 이유로 서울시장에서 중도 사퇴해 민주당에 시장직을 내주고,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당내 인식이 아직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오 전 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입당한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이 때문에 오 전 시장은 전대 기간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는 김진태 의원에게 밀려 3등으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개표 결과, 당권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복귀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저력은 확인했다.

31.1%의 득표율을 찍으며 3위 김진태 의원의 득표율(18.9%)을 압도했다.

오 전 시장의 취약점으로 지목된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22.9%를 기록해 김 의원(21.8%)을 눌렀다.

특히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선 과반인 50.2%를 얻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탄탄한 국민 지지도를 확인인 셈이다.

이에 비해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는 37.7%에 그쳤고, 김 의원은 12.1%로 밀려났다.

'황교안 대세론' 속에서 전대 레이스를 완주하며 당내 '개혁보수' 쪽 대표주자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15년 만에 복귀한 여의도 정치판에서 활동 공간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전대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한 오 전 시장은 일단 이번에 새롭게 당협위원장을 받은 서울 광진을에서 지역 표밭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5차례 당선된 지역구로, 한국당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험지'로 분류된다.

따라서 오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이번 전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로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특히 20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서울 등 수도권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안 주자로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원 선거인단 득표율이 22.9%에 그친 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당심은 여전히 싸늘해 당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게 최대 과제로 남게 됐다.

오 전 시장은 전대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전대를 통해 당이 지나치게 우측으로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2위의 역할은 없다.국민들의 걱정을 가슴에 새기고 국민 속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