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공은 두 정상으로…만찬후 고위·실무급 심야조율 가능성도

'폼페이오-김영철' '비건-김혁철' 동선 관심
'1차 톱다운 담판' 반영해 하노이선언 문구 최종 조율 가능성
특별취재단 = "이제 북미 정상간 결단의 영역으로 넘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일대일 단독회담과 만찬을 시작으로 1박 2일간의 핵 담판에 들어간 가운데 '공'은 이제 두 정상에게 넘어간 모양새다.톱다운 협상이라는 이번 담판의 특성상 빈칸으로 남겨진 부분을 채워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간 주고받기 퍼즐을 완성해야 하는 몫이 두 정상에게 주어진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조율의 임무를 맡은 '키맨'들의 하노이 동선에 관심이 쏠려온 가운데 일단 지난 6∼8일 '평양 담판'에 이어 21일부터 하노이에서 2라운드 실무협상에 들어갔던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은 일단락된 흐름이다.

여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라인도 아직 가동된 흔적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21일 '하노이 접선'을 시작, 마라톤협상을 이어오던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김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는 지난 25일 단 30분간만 회동한 데 이어 26일부터는 따로 만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실무선에서 할 수 있는 협상은 마무리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이다.

북미 협상을 그동안 총괄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26일 오전 먼저 하노이에 도착, 얼마지 않아 김 위원장을 수행해 특별열차 편으로 베트남에 입성한 카운터파트인 김 부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제기됐었다.'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이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실무협상 내용을 토대로 비핵화 실행조치 및 상응 조치를 둘러싼 막판 조율과 함께 '하노이 선언' 문구 조정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이 두 사람은 별도로 만나지는 않았다는 얘기가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도착 첫날인 26일 저녁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2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트남 최고 지도자 릴레이 회담 자리에 배석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을 만났다.

백악관 프레스센터가 차려진 IMC 주변에서는 한때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에는 하루 전인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을 향해 CVID(완전하게 검증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는 별도 항공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한 '슈퍼매파' 볼턴 보좌관도 27일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최고 지도자 회담 일정을 수행했다.

그는 이날 "이틀간 논의할 게 많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27일 외부에 나온 모습이 별도로 눈에 띄지 않은 점에 비춰 이날 두물 불출한 김 위원장과 함께 숙소인 멜리아 호텔 안에서 막판 대미 협상 전략을 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 기간 두 정상의 1차 대좌인 이날 만찬이 2차 핵담판의 결과물이 될 '하노이 선언'의 내용을 좌우할 풍향계이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간극을 좁히느냐에 따라 '딜'의 범위와 폭이 가닥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톱다운 담판이긴 하지만 배석자들의 면면도 관심을 끈다.

미국 측에선 폼페이오 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북한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 부위원장과 함께 리용호 외무상이 각각 배석했다.

명단이 이미 공개된 다른 3인의 배석자와 달리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에서야 백악관을 통해 배석 참석 사실이 알려졌다.

리 외무상의 배석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다 정확히 이해해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만찬 결과에 따라 그 내용을 추가로 담아 '하노이 선언' 문구를 최종 가다듬기 위해 '폼페이오-김영철 라인' 또는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이 재가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21일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북미 양측이 조율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