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간 손 맞잡은 두 정상…표정은 다소 경직

트럼프가 먼저 어깨 두드리고 김정은도 팔 치며 가벼운 스킨십
8개월 만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원탁 테이블에서 진행된 친교 만찬에서는 두 정상이 바로 옆에 나란히 앉으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두 정상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 내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속시간인 오후 6시30분보다 조금 이른 6시28분께였다. 회담장에는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성조기와 인공기가 6개씩 엇갈려 배치됐다. 김정은은 1차 회담 때와 같은 인민복 차림이었지만 뿔테안경은 쓰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어 9초간 악수했지만 다소 경직된 표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살짝 치며 가벼운 스킨십을 시도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1차 회담 때보다는 한층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대신 두 사람은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보다 모든 사람이 반기는 그런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2차 회담이 1차만큼, 아니면 더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발언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았다.

호텔 1층 베란다룸에서 이어진 만찬에선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두 사람은 거듭 회담의 성공을 자신하면서 편안한 미소를 띠었다. 1차 회담에서 이뤄진 오찬에선 두 정상이 마주 앉았으나 이번엔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하노이 방문 이틀째인 김정은은 이날 외부 행보 없이 두문불출했다. 회담 전날 시내 야간 투어를 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호텔에만 머물렀다. 김정은은 호텔에서 실무진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준비에만 전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시내에 있는 회담장인 메트로폴호텔 일대는 이날 완벽하게 요새화됐다. 전날까지는 일반인도 호텔 로비까지는 진입이 가능했지만 이날은 호텔 반경 10m 내 접근 자체를 막았다. 호텔로 연결되는 진입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호텔 출입증 없이는 출입 자체도 불가능했다. 정문 주변에는 무장 경찰이 배치됐고 후문에는 대형 천막을 쳐 내부를 볼 수 없도록 했다. 인근 고층 건물 옥상에도 경찰을 배치해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북한 측은 이날 만찬 직전까지 호텔 내외부를 꼼꼼하게 점검했다.

하노이=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