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흥미로운 대화"…트럼프 "우리 얘기 돈 내고 보고 싶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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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일 만에 다시 만난 트럼프·김정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6시28분(현지시간)부터 두 시간 동안 단독면담과 친교만찬을 하며 이틀간의 ‘핵담판’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강조하며 비핵화를 촉구했고, 김정은은 “훌륭한 결과를 확신한다”면서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인내’와 ‘고민’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압박에 김정은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우선’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0분간 단독면담 후 1시간40여분 '친교 만찬'
美 폼페이오·멀베이니…北 김영철·이용호 배석
트럼프 치켜세운 김정은 "각하 통큰 결단에 재상봉"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 입성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메트로폴호텔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김정은은 “적대적인 낡은 관계가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다”며 “260일 만에 여기에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라고 했다. 그동안 미·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건 미국이 충분한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그러면서도 김정은은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미국이 제재 완화 등 만족할 만한 대가를 약속하면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은 성공적”이라며 “일부에선 더 빠른 진전을 바라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번 회담이 1차 회담과 똑같이, 또는 보다 더 성공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북핵 협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회의론을 반박하면서 북한과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 “김정은과 관계는 매우 좋다”며 김정은과의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비핵화 시 북한에 펼쳐질 밝은 미래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말했듯,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과 엄청난 미래를 갖고 있다”며 “그를 위해 우리는 도울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이 순간 통역되기 전 미소를 지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쳐다봤다. 김정은은 “또다시 이런 훌륭한 회담, 훌륭한 상봉이 마련된 것은 각하의 그 남다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극존칭을 사용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을 “내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베트남 주석 및 총리와의 연쇄회동에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베트남처럼 빨리 발전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경제 발전을 택한 베트남을 거론하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진 만찬장에서도 대화가 이어졌다. 김정은이 “혼자 시간(단독면담) 동안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부분을 우리가 실제로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면 다들 아마 돈 내고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웃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날 첫 하노이 회동은 오후 6시28분부터 20분가량 단독면담에 이어 곧바로 친교만찬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친교만찬은 당초 1시간30분으로 잡혀 있었지만 10분 남짓 길어졌다. 미국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참석했다. 북한 측에선 김정은 외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배석, 사실상 ‘확대 정상회담’ 성격을 띠었다.이날 두 정상의 만남은 28일 있을 본회담을 앞둔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8개월 만에 재회하는 소회를 나누고 개인적 신뢰를 다지는 게 1차 목적이지만, 북핵 해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펼쳐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변 핵시설 외 추가 핵시설 폐기 등 ‘영변+α’를 요구하는 미국과 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좁혀질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오후 8시40분께 만찬을 마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가 다음날 열릴 정상회담 ‘본게임’을 위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