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북미 정상 결단만 남았다…만찬서 '하노이선언' 이견 좁혔나

실무협상 '미완 과제' 공 넘겨받은 북미정상 '통큰 결단' 성사가 관건
트럼프-김정은 첫날 만남 결과 토대로 실무·고위급 밤샘 조율 가능성도
북미 정상이 27일 2차 정상회담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함에 따라 이번 핵 담판의 결과물인 '하노이 선언'고지를 향한 몇 부 능선까지 넘었을지 주목된다.이날 단독회담 및 만찬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이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풀고 다음 날 '본회담'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워밍업'을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만찬의 공식 명칭도 '친교 만찬'이다.

그러나 만남의 시간이 2시간 넘게 이어진 만큼, '본론'인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미국의 상응 조치'간 주고받기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과 타진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찬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느냐에 '하노이 선언'의 운명이 상당 부분 달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양측의 패는 그동안의 실무협상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됐다.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에 대한 가능한 모든 카드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상황이다.'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전체 로드맵 안에서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의 조합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배열하느냐에 대한 의사결정만 남겨둔 셈이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실무협상 라인은 지난 6∼8일 '평양 담판'에서 각자 '원하는 것'과 '줄 수 있는 것'들을 상대에게 펼쳐 보였고, 지난 21일부터 하노이 현지에서 이어진 후속 실무협상에서 이에 대한 마라톤 조율을 진행했다.

그러나 26일부터는 이들이 따로 만나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고, 실무협상 결과의 바통을 이어받아 고위급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사전 접촉도 포착되지 않으면서 결국 두 정상의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톱다운 협상'의 특성상 실무 및 고위급 채널에서 남겨둔 빈칸을 채우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몫이어서다.

미국과 적국에서 동반자 관계로 급반전을 이룬 베트남의 심장부 하노이를 무대로 다시 마주한 두 정상은 일단 회담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을 하며 성공을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로 부르는가 하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정치적 결단'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하는 등 북미 정상은 서로 추켜세우며 '남다른 케미'를 부각했다.2차 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이번 정상회담이 1차 정상회담과 동등하거나 아니면 더 대단할 것"이라고 장담했고, 김 위원장도 "이번에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공적인 회담을 낙관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만찬을 시작하면서 직전 단독회담에 대해 "우리는 30분 동안 매우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고 말해 궁금증을 낳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며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이라며 거듭 장밋빛 전망을 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 이날 두 정상의 대화에서는 행간에 미묘한 뉘앙스들도 묻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모두발언에서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매우 멋진 상황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장기전'을 다시 한번 기정사실로 했다.

그가 회담이 시작되기 전 트윗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만 하면 매우 빨리 베트남처럼 번영할 것", "김정은과 나는 비핵화에 대한 무언가를 도출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뒤집어 보면 그만큼 김 위원장에게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결단을 압박한 차원으로도 읽힐 수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 공개 부분을 마무리하면서 1차 싱가포르 회담 이후 그동안을 회고하며 "사방에 그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도 있고 그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고 해서 다시 마주 걸어서 261일 만에 여기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며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미국 조야의 회의론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북한의 최대 요구사항인 제재완화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이날 비공개 부분에서 두 정상의 '통큰 결단'으로 엉킨 실타래가 극적으로 풀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정상이 재회 테이블에 마주하기 전 더 낮은 단계의 협상에서는 풀리지 못한 매듭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두 정상의 만남 장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따뜻하게 맞은 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관계가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보다 낮은 레벨에서의 참모급 협상 기간 확인된 (북미간) 간극의 다리 역할을 하길 바라는 바람을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이날 만찬은 합의문의 문구들을 최종적으로 가다듬기 위해 28일 예정된 일련의 회담에 앞서 신뢰를 계속 구축하기 위한 시도"라며 미국 협상팀은 최소한 일부 핵무기 시설 폐쇄 약속을 북측으로부터 받아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측은 제재 완화부터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내일 굉장히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며 "내일 중요한 회담들이 예정돼 있고, 어느 시점에 기자회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단독회담 및 만찬 결과를 토대로 이어질 28일 몇 차례의 회담에서 두 정상이 '윈윈'의 '빅딜'을 이뤄내느냐 여하에 따라 '하노이 선언'의 최종 모습이 확정될 전망이다.

첫날 대화 내용을 반영해 합의문을 최종적으로 성안하기 위한 '폼페이오-김영철 라인' 내지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심야 밤샘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만찬에 배석한 멤버이기도 하다.

이번 핵담판이 영변 핵시설 동결 정도와 연락사무소 개소 등 초기단계 조치를 담는 정도에 그치는 '스몰딜'로 끝날 것이냐, 아니면 영변 밖 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폐기와 포괄적 핵신고·검증 관련 약속 및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를 포함하는 '비핵화의 개념 정의'와 대북제재 완화 등 난제들을 두루 풀어내는 '빅딜'로 귀결될 것인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에서 '중간딜'로 절충될 것이냐의 운명이 하룻밤 사이의 북미간 숨 가쁜 최종 담판에 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hanks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