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스타일 다른 김현종의 '악마의 변호인'

한미 FTA 개정협상 수석대표 맡았던 첫 여성 통상 전문가

28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김 본부장의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할을 맡았다.악마의 변호인은 한 집단이 같은 방향으로만 사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지명 반론자'를 두는 것으로 상대방이 있는 통상 협상에서 특히 유용한 전략이다.

악마의 변호인이 효과를 거두려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나와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유 실장의 그 역할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의 협상 스타일이나 성격이 달랐음을 의미한다.일각에서는 김 본부장을 브라질 축구, 유 실장을 독일 축구에 비유하기도 한다.

통상교섭본부 직원들이 증언하는 김 본부장의 협상 스타일은 뛰어난 개인기에 의존하는 브라질 축구와 유사하다.

김 본부장은 2017년 8월 부임하자마자 미국 행정부, 의회 주요 인사들과 핫라인을 구축했다.통상교섭본부 내부 회의를 하다가도 "게리 콘(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에 물어보자"며 직통 전화를 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세계 각국이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미국으로 달려갔을 때도 김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미국 무역정책을 좌우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를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특히 강점이 더 발휘되는, 우리와 많이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백인 앞에 굽히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유 실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많은 노력과 철저한 준비, 치밀한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타일이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을 정도로 영어가 유창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한미 FTA 개정 협상 수석대표인 유 실장의 실력을 인정, 협상 중 농담으로 유 실장에게 자리를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유 실장은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한미 FTA 체결 협상 당시 서비스·경쟁분과장을 맡았다.

1948년 산업부 전신인 상공부가 설립된 이래 산업부에서 70년 만에 처음으로 '공무원의 별'이라고 불리는 1급(고위 공무원 가급) 여성 공무원이 됐으며 이번 임명으로 산업부 첫 여성 차관급 공무원이 됐다.

유 실장의 남편은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을 남편으로 둔 유 실장이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사실 자체가 그의 실력을 반증한다고 말한다.▲ 서울 ▲ 정신여고 ▲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 행정고시 35회 ▲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 ▲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