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건너건너 아는 인맥이 당신의 커리어를 바꾼다
입력
수정
지면A25
친구의 친구‘당신의 친구’가 비만이라면 당신의 몸무게가 2~4년간 늘어날 가능성은 45% 높아진다. ‘친구의 친구’가 뚱뚱해질 경우 당신의 체중이 늘어날 확률은 20%가량 올라간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 가면 그 확률은 10%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영향은 여전히 지속된다. 당신이 그를 모른다 해도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데이비드 버커스 지음 / 장진원 옮김 / 356쪽│1만6000원
무조건 많은 사람을 아는 것보단 연결돼 있는 인간관계 質이 중요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아프면 배우자도 병을 얻는 경우를 접하면서 인간과 사회로 관계의 범위를 넓혀 연구했다. 그 결과 비만뿐 아니라 흡연, 행복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전파되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친구의 친구》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아는가다’라는 말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다. 책을 쓴 데이비드 버커스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오럴로버츠대 경영학과 교수로 2015년 유럽 경영잡지 싱커스가 선정한 경영사상가 50명 중 한 명이다.저자가 소개한 크리스타키스의 연구는 비만, 흡연 같은 물리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적용된다. 행복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자신이 행복해질 확률은 15%가량 높았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 행복이 전염될 가능성은 6% 올라갔다.
책은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이나 온라인 인맥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구성과 작동 원리를 파고든다. 저자는 “당신의 친구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알면 당신의 인적 네트워크가 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며 “재고 자산 등 물리적인 것들이 가치를 갖는 것처럼 인간관계 자본도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해질수록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더 쉬워진다. 그 이유는 “당신이 사람을 소개한 경험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소개받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인맥을 가진 사람들은 그 위상을 왜 더 잘 유지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인맥은 어떻게 더 잘 형성돼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약한 유대관계의 힘을 활용하라’ ‘인맥의 부익부 현상을 활용하라’ ‘네트워킹 이벤트 대신 활동을 공유하라’ 등 흥미로운 목차의 각 장들은 모두 다양한 기업과 개인의 사례로 시작한다. 이론이 아니라 경영 현장, 주변의 실제 상황이어서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페이팔 마피아’(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인 페이팔 출신 벤처기업가들)가 형성한 네트워크의 힘,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브리지 게임’을 통해 본 다면적 관계도 눈길을 끈다. 책을 덮어도 궁지에 몰렸다 재기에 성공한 사업가 제이슨 게이나드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살면서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오로지 남는 두 가지는 자신이 한 말과 쌓아온 인맥뿐입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