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동걸 회장의 뚝심이 빛 보려면

황정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jung@hankyung.com
“이 기회를 놓치면 끝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대우조선 노조 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모습은 ‘선비’라는 별명처럼 꼿꼿했다. 그는 “투쟁과 파업만으론 일자리가 지켜지지도, 기업 경쟁력이 오르지도 않는다”며 노조에 일침을 가했다.그는 노조 반발 등 넘어야 할 산들에 대해 “알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건 꼭 한번 해봐야 할 일”이라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조선산업을 살리려면 현재의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서 ‘빅2’ 체제로 전환해 제살깎기 경쟁을 없애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대우조선 매각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그러나 ‘살 만한 곳은 모두 제 코가 석 자인데 누가 나서겠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정치인들은 대우조선 매각을 위해선 풀어야만 하는 노조 문제 등에 눈을 감았다. 관료들도 보신주의에 빠져 당면한 조선 구조조정 문제를 뒷전으로 미뤘다. 이런 가운데 국책은행장인 이 회장이 총대를 멨다.

이 회장의 뚝심이 좋은 결실을 보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합병(M&A)이 진정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출혈 경쟁 완화가 가져다줄 편익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곤란하다. 합병 이후 ‘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노조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산은에 주장하는 완전 고용 보장, 기존 하청업체 유지 등은 경쟁력 강화와는 동떨어진 요구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서 한국 기술이 앞섰다고 하지만 중국이 1~2년 정도면 따라잡을 것”이라는 조선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메가 조선사 탄생 이후 남은 조선사들의 생존도 문제다. 중소형 조선사 중 상당수는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추가적인 조선업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이 회장이 신호탄을 쐈지만 정부와 정치권, 노조의 협력 없인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조선업 재건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