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튀긴 라면' 名家 풀무원…건면 생산량 2배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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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7만개→37만개풀무원이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인 건면 시장에서 1위를 되찾기 위해 공격 경영에 나섰다.
1995년 냉장 생면시장 진출
꽃게짬뽕·육칼 잇달아 내놓으며 건면시장 1000억원대로 키워
풀무원식품은 28일 충북 음성 라면공장의 생산 능력을 하루 17만 개에서 37만 개로 2배 이상 증설했다고 발표했다. 총 투자 금액은 100억원이다. 풀무원은 여름철을 겨냥해 독자적인 건면 제조 기술을 적용한 냉면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라면 시장에서 ‘건면 강자’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건면시장 1400억원대로 성장
풀무원은 1995년 냉장 생면으로 라면 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엔 건면 제조기술을 적용한 ‘생면식감 육개장칼국수(육칼)’를 출시해 국내 건면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육칼’은 6개월 만에 2000만 봉지가 팔리며 당시 건면 시장 점유율이 39.3%까지 치솟기도 했다. 풀무원은 ‘생면식감’ 브랜드로 6종의 건면을 판매하고 있다.라면 시장 전체에서 건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4%(약 1401억원)였다. 라면업계는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는 뜻의 ‘비유탕(非油湯)면’과 ‘바람이나 열로 면을 말렸다’는 뜻의 ‘건면’을 혼용하고 정식 식품유형으로서의 명칭은 건면이다.
라면업계는 2000년대 중반 건면시장에 앞다퉈 진출했다. 웰빙 열풍을 타고 칼로리가 낮고 포화지방이 적은 라면 제품이 유행했다. 업계 1위 농심은 2007년 ‘건면세대’를, 오뚜기는 2004년 ‘컵누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맛이나 식감이 기존 라면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 농심의 건면세대는 2011년 단종됐다.‘신라면 건면’ 돌풍에 풀무원 반격풀무원은 라면 후발주자인 만큼 선두권 업체들이 사실상 방치했던 건면 시장에 주목했다. 면요리를 튀기지 않은 건조 방식으로 다양하게 구현하는 제면 기술에 대한 특허 등을 따냈다. 특허의 이름은 ‘다양한 생면 식감 구현이 가능하며 공극이 많아 스프 배임성이 우수한 건면의 제조방법’이다.
이 특허를 통해 건면 영역에서 칼국수, 일식 라멘, 쫄면, 소바, 냉면 등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풀무원이 2011년 내놓은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의 ‘꽃게짬뽕’과 2016년 생면식감 ‘육칼’ 등은 건면시장을 1000억원대로 키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풀무원의 건면이 인기를 끌면서 오뚜기의 컵누들도 2016년 매출 106억원에서 2017년 192억원으로 80.5% 성장했다. 지난해 컵누들 매출은 231억원을 기록했다.풀무원이 공장 증설에 나선 배경은 라면시장의 1, 2위 업체들이 앞다퉈 건면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해 ‘건면 새우탕’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7일 ‘신라면 건면’을 출시했다. 오뚜기도 건면인 컵누들을 베트남쌀국수, ?얌꿍쌀국수, 팟타이쌀국수 등으로 다양화했다.
라면업계는 건면이 정체된 라면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라면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6조원 규모로 건면 비중이 약 25%다. 2011년 5%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성장해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커졌다.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의 건면 대량생산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가장 얇은 면(1㎜)부터 가장 굵은 면(5㎜)까지 제조할 수 있다”며 “올해 농심의 둥지냉면과 경쟁할 수 있는 여름용 냉면 신제품, 하반기 요리면 등을 공격적으로 출시해 건면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