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靑…김정은 서울 답방도 기약 없어

트럼프-김정은 핵담판 결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하노이 핵담판’이 갑작스럽게 무산되면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오후로 예정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성명을 핵심 참모들과 함께 TV로 시청하려던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긴급 보고를 받고 구체적인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 결렬 소식을 접한 후 한참 동안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께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의 서울 답방과 관련된 질문에 “북·미 회담 결과를 기다리면서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또 미·북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 통화가 준비돼 있다며 추가 브리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북 실무협상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던 주장과 달리 회담이 결렬되기 전까지 청와대가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회담을 앞두고 연일 ‘핑크빛 전망’을 내놨던 청와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그간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종전선언의 내용을 담는 두 정상 간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미·북 정상회담 당일인 이날 오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 2차장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회담 성과에 대한 청와대의 낙관적인 관측을 여실히 나타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른바 ‘핵담판’을 앞두고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전문가로 알려진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국가안보실 2차장에 배치하면서 회담 이후 진척될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2차장 인사 배경에 대해 “이제 새롭게 펼쳐지는 한반도 상황, 동북아시아 정세 속에서 미국을 직접 상대하면서 우리 의견도 전달하고 조율해야 할 역할의 적임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나면서 김정은의 서울 답방도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란 보인다. 청와대는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확신하면서도 답방 시기는 2차 미·북 정상회담 협상 결과에 연동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