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필요없다" "시간이 중요한데…" 오전부터 이상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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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핵담판 결렬처음부터 분위기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간이산책’을 하며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팔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정은은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답변”이라고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어디서 틀어졌나…시간대별 정리해보니
그러나 확대정상회담에서의 담판은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겨 최종 결렬됐다. 합의 후 화기애애한 오찬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식당에는 빈 식기만이 남아 있었다.오전 단독회담 전 ‘이상기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분위기에 이상징후는 오전 단독회담을 앞두고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8시55분(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속도조절’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김 위원장(김정은)과 다시 함께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지만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외신 기자들은 트럼프의 ‘속도조절론’에 대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쉽게 내어줄 수 없다’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기자를 활용하는 건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는) 오늘 말고도 앞으로 많이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속도를 재차 강조하고, 다음 만남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협상에서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왔다.‘시간’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은 달랐다. “협상에 자신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김정은은 “우리한텐 시간이 귀중한데…”라고 답했다.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확대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평양연락사무소 개설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고 조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확대정상회담도 지연
오전 9시45분 미묘한 분위기 속에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확대정상회담이 시작됐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대표적 ‘강경파’로 꼽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주앉았다. 북측에선 3명이 회의석에 앉았다. 이례적인 4 대 3 협상이 시작됐다. 협상 결렬 후 전문가들은 “다시 회담장에 등장한 볼턴의 존재만으로도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확대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외신 기자의 질문공세를 받았다. 이용호 외무상은 “기자를 내보내는 게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상황을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쏟아지는 백악관 기자의 질문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후 담판이 시작됐지만 회담은 당초 예정돼 있던 시간을 한참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회담장을 나왔다. 양측의 ‘막판 줄다리기’가 길게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결렬되고도) 서로가 박차고 나서는 게 아니고, 우호적 분위기에서 헤어졌다. 우리는 1년 전보다 가까워졌고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회담에서 ‘완벽한 핵포기’를 원한 트럼프 대통령과 ‘전면적 제재완화’를 요구한 김정은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하노이 핵담판 무산으로 핵없는 한반도를 위한 미·북 간 협상은 다시 한번 기로에 섰다.
김대훈/이우상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