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달리…하나금융, 금감원에 백기 든 까닭

회장 '셀프연임'은 근거없는 공격
행장 재판 리스크는 생각해볼 사안

지난해엔 사외이사들이 강력 반발…이번엔 당국과 마찰 회피한 듯
하나금융이 금융감독원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3연임 추진을 포기했다. 1년 전 금융당국과 전쟁까지 벌이면서 ‘관치 시도’를 막아낸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졌다. 그 이유는 뭘까. 금융계에선 금융당국이 압박의 무기로 꺼내든 것이 달라졌다는 점을 결정적 차이로 보고 있다.

1년 전 금융당국이 문제로 삼은 것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셀프 연임’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부 경쟁자를 없애 연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도 같은해 12월 13일 “금융지주 회장들이 후계자 양성을 안 하고 받는 인센티브가 너무 많다”며 “주요 금융지주의 CEO 선임 과정에 대한 검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금융당국의 이 같은 개입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금융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셀프 연임’ 같은 별문제도 아닌 것을 트집 잡고 특정 CEO를 몰아내려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금감원이 지난해 1월 하나금융의 회장추천위원회 일정을 문제 삼아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엔 금감원이 개입할 명분이 있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재판을 받고 있는 CEO가 은행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금감원의 문제 제기는 생각해 볼 만한 사안이라는 얘기다.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반박도 나왔지만, 1년 전처럼 금감원이 별 이유도 없이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의 반응도 1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당시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이던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회사 경쟁력이 아프리카 국가 수준으로 혹평받는 건 지나친 규제와 관치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금융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사외이사들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이번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은 신중론을 견지하며 금융당국과 척을 지면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함 행장이 스스로 용퇴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