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과 실무협상 날짜 안 정했다…시간 좀 걸릴 것"

'하노이 핵담판' 결렬

"美·北 사이에 충분한 일치 봐"
대화기조 유지…협상팀 재편 시사
"회담결렬은 트럼프 대통령 결정"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당장은 북한과 실무협상을 할 계획이 없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말했다. 대북 압박을 위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베트남 하노이를 떠나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실무협상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쯤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엔 “내 느낌으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열리면 열리고, 아니면 아니다”며 확답을 하지 않은 데 이어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장관마저 협상 재개를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각자는 (조직을) 조금 재편해야 할 것”이라며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실무협상)팀이 오래지 않아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협상 결렬로 미국과 북한 모두 협상팀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이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 완화 범위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고, 이 과정에서 결국 정상회담 공동성명 합의가 무산된 만큼 양측이 다시 머리를 맞대기 위해선 적어도 어느 한쪽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담이 곧 열리느냐’는 후속 질문에도 “빨리 열리면 좋겠지만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만족스럽지 않은 딜(거래)에 합의하느니, 제대로 하는 게 낫다”고 했다. 북한의 협상 전략 수정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다만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도 표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이유가 있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양측은 성취하려고 하는 것 사이의 충분한 일치를 봤다”고 했다.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결렬에 대해선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내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노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