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재해석, '프렌치 시크' 물씬…자유분방하지만 화려하면서도 세련

명품의 향기

셀린느 봄·여름 컬렉션

에디 슬리먼, 셀린느 합류 후 첫 컬렉션 출시
지난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며 패션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유명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의 첫 데뷔작이 공개됐다. 슬리먼은 생로랑과 디올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두 브랜드를 크게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고인이 된 샤넬의 카를 라거펠트 디자이너가 2000년 슬리먼의 디올옴므 슈트를 입고 싶어 13개월 동안 42㎏을 감량한 일화도 유명하다.

무심한 듯 자유분방한 파리지앵의 패션슬리먼이 셀린느 봄·여름 컬렉션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건 ‘프렌치 모드 스피릿’이다. 프렌치 모드 스피릿이란 1950년대 모던 재즈와 블루스, 팝 음악을 들으며 블랙 정장과 미니 드레스를 즐겨 입던 당시 프랑스 젊은이들의 문화를 일컫는다. 슬리먼은 이를 재해석해 몸에 잘 맞는 블랙 슈트와 퍼프 소매를 강조한 드레스를 내놨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블랙 타이와 턱시도, 레이스 등은 1960년대 파리 젊은이들이 자주 찾던 레스토랑 ‘드러그스토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가죽 제품과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드레스는 1980년대 파리의 젊은이들이 즐기던 밤문화에서 착안했다.
셀린느의 이번 신제품은 총 96개 착장으로 나왔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모두 디자인했던 슬리먼의 특징대로 남성복, 여성복의 경계가 모호한 옷도 많다. 가장 큰 특징은 블랙의 다양한 활용이다. 짧은 길이의 미니 드레스부터 슈트, 가죽재킷 등의 메인 색상으로 블랙을 선택했다. 여기에 골드와 화이트, 실버 등 밝은 포인트 색상을 살짝 더해 지루하지 않게 했다.

슬리먼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극도로 부각한 옷도 선보였다. 프랑스 감성의 A라인 드레스, 짧은 길이의 미니 마이크로 드레스에는 반짝이는 메탈 비즈 장식을 더해 여성성을 극대화했다. 남성성을 강조한 직각 형태의 재킷, 턱시도 재킷 등과 함께 매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한정판 쿠튀르 라인도 국내 판매

셀린느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특별한 제품들도 국내에 들어온다. 파리의 셀린느 아틀리에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쿠튀르 라인’ 제품은 셀린느를 대표하는 옷으로, 기존 셀린느 기성복과 함께 코디하기 좋다. 물론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셀린느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인 쿠튀르 라인은 한 벌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이 엄청나다. 골드 체인과 비즈, 메탈 장식을 단 뷔스티에 드레스와 시퀸 랩 드레스는 장식을 모두 손으로 달아야 하기 때문에 드레스 한 벌을 제작하는 데 12일 이상 걸린다.

셀린느는 다양한 워싱기법으로 제작한 데님 라인과 로고를 강조한 저지 라인 등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도 내놨다. 올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는 가죽 소재 의류도 다양하다. 원단 재단의 강점을 지닌 브랜드 특성을 살려 제작한 중성적 느낌의 여성용 바지 정장, 여성성을 강조한 드레스가 눈길을 끈다.

액세서리도 여럿 내놨다. 셀린느는 남녀 공용 아이웨어를 비롯해 슬림한 디자인의 타이, 프랑스 감성이 느껴지는 스카프, 모자, 핸드백 등을 선보였다. 또 미국의 유명 비주얼 아티스트인 크리스천 마클레이와 협업해 제작한 ‘컬래버레이션 라인’도 출시한다. 고전 만화를 재해석한 아트워크를 티셔츠, 블루종, 파카, 청재킷, 드레스 등에 패치, 프린트, 자수로 넣었다.신세계인터내셔날 셀린느 마케팅 담당자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기존 셀린느의 이미지와 다른 ‘프랑스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하면서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패션과 문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의류에 앞서 지난해 말 먼저 선보였던 신규 핸드백 컬렉션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슬리먼의 첫 셀린느 컬렉션은 전국 셀린느 백화점 매장과 셀린느 청담 플래그십스토어에서 판매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