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心 잡는 카카오 '라이언'…한한령 속 K-캐릭터 열풍 이끈다

카카오, 日 이어 中에도 진출

中 최대 메신저 위챗과 제휴
대화창에 카카오 캐릭터 투입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대화창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라이언’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는 지난달 18일 텐센트에서 운영하는 위챗에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선보였다. 카카오톡에 비해 단순한 위챗 대화창에서 주먹을 쥐었다 펴는 라이언은 더 눈에 잘 띄었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며 중국인들에게 카카오 캐릭터를 알리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카카오IX는 지난 1일 상하이 최대 번화가 스마오광장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중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문화 금지령)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많은 중국인이 행사장을 찾았다. 카카오IX로서는 지난해 12월 도쿄 카카오프렌즈 매장 개점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진출이다.
“카카오톡 못 써도 ‘어피치’ 알아”

스마오광장의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중국인은 대부분 주요 캐릭터를 알고 있었다. ‘카톡’이라는 소리가 한국의 모바일메신저 도착음이라는 사실에도 익숙했다. 중국 당국이 정책적으로 해외 메신저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인도 중국 내에서는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놀랍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복숭아를 형상화한 ‘어피치’다. 엉덩이를 강조하는 디자인 덕분에 ‘피타오(桃·엉덩이 복숭아)’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한국 문화 열풍의 하나다. 관람객들은 엑소, 위너, 방탄소년단, FT아일랜드, 아이유부터 한국 드라마와 한국 예능 프로그램 등의 이름을 줄줄이 댔다. 어피치도 가수 강다니엘과 닮은 캐릭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 프로그램을 통해 좋아하는 한류 스타의 일상을 따라가는 사이에 카카오프렌즈의 각종 캐릭터에도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한국 여행 기간에 카카오 캐릭터를 접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 행사를 알고 찾아왔다는 예위 씨는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해 어피치 인형을 국제화물로 배달받기도 했다”며 “주위에 카카오프렌즈를 모르는 친구가 없다”고 전했다. 인근 쑤저우에서 상하이 관광을 왔다가 팝업스토어에 들른 란메이 씨는 “중국에서 흔히 보는 캐릭터보다 세련되고 귀엽다”며 작년 초 한국 여행에서 장만했다는 라이언 스마트폰 케이스를 내보였다.

‘한한령’ 와중에도 인기 끌어중국에서는 한국 가수의 공연이 사실상 금지되는 등 한한령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카카오프렌즈 등 한국 캐릭터 상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TV에서는 종적을 감춘 한국 콘텐츠를 중국 젊은이들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꾸준히 접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도 “어디 가면 캐릭터 상품을 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카카오IX는 오는 8일부터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티몰과 2위 징둥닷컴에서 각종 캐릭터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플래그십 스토어도 문을 열 예정이다. 올해가 카카오프렌즈의 중국 진출 원년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IX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적은 중국인들에게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적극 알릴 계획이다.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 내 주요 도시를 돌며 팝업스토어를 활발히 홍보하기로 했다. 캐릭터들이 카카오톡을 벗어나 중국 모바일메신저 위챗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박준석 카카오IX 중국법인장은 “중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 중국 현지 브랜드와 제휴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캐릭터를 전문적으로 마케팅하던 카카오프렌즈가 카카오 계열 내 콘텐츠 기업인 JOH컴퍼니를 흡수해 카카오IX로 이름을 바꾸면서다.

지난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류 콘텐츠 박람회 ‘KCON LA’에서는 캐릭터 상품이 완판되고, 12월 문을 연 일본 브랜드숍에는 방문객들이 줄을 300m 넘게 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카카오IX는 미국과 일본, 중국은 물론 유럽 등지로 캐릭터 사업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상하이=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