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강행" vs "협상없다"…强 대 强 치닫는 유치원 사태

개학 전날까지 '맞불 회견'

한유총, 1533곳 개학연기
"비열하게 탄압땐 폐원 투쟁도…교육부 장관 고발 등 검토"
조희연 서울교육감(오른쪽부터), 이재정 경기교육감, 도성훈 인천교육감이 3일 서울교육청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개학 연기 방침에 관해 대응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회계투명성 강화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개학을 코앞에 둔 지난 주말에도 ‘강(强) 대 강(强)’ 대치를 이어갔다.

한유총은 ‘유치원 3법’ 개정을 추진하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위조장관’이라고 비난하면서 “준법투쟁(개학연기)을 넘어 폐원투쟁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개학연기 강행 땐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과정에서 개학연기 유치원 숫자를 두고 교육당국과 한유총이 발표한 숫자가 8배 가까이 차이 나 학부모들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한유총·교육당국 ‘맞불 기자회견’

지난달 28일 한유총이 ‘유치원 3법 개정 철회’ 등을 요구하며 ‘개학연기 투쟁’을 선언한 이후 정부는 총력전을 펼쳤다. 이달 1일에는 대검찰청 공안부가 “유치원 개학 연기는 교육관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2일에는 이 총리가 긴급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합동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은 개학 연기를 즉각 철회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지닌 교육기관으로 돌아오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연일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자 개학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사립유치원 숫자가 한유총의 공언(전체 회원의 60% 수준인 2000여 곳)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한유총은 3일 오전 11시 서울 갈월동 한유총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교육부가 거부했다”며 “유 장관은 ‘불통장관’을 넘어 위조장관”이라고 맹비난했다. 한유총은 이어 “교육부가 계속 비열하게 우리를 탄압하면 준법투쟁(개학연기)을 넘어 폐원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교육부 장관을 직권남용, 협박 등으로 고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한유총의 기자회견 4시간 후인 이날 오후 3시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한유총과의 협상은 일절 없다”며 “(개학 연기를) 주도한 유치원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참여한 유치원도 강력하게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가운데)이 3일 서울 갈월동 한유총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집단 개학 연기 방침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뿔난’ 학부모들 집회·단체소송 채비

교육당국은 2일 17개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3875개 유치원 중 190곳이 개학연기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개학연기에 나서는 유치원이 381곳으로 늘었다고 추가로 발표했다.한유총은 그러나 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교육당국이 참여 유치원 숫자를 조작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참여의사를 밝힌 유치원은 1533곳”이라고 반박했다. 교육당국 추산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교육부는 4일 오전 7~8시 전국 사립유치원에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주민센터, 파출소 직원 3인 1조를 보내 개학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개학 연기가 확인되면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이튿날도 열지 않을 경우 바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정부의 초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한유총이 개학연기 투쟁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자 학부모는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한유총으로 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연기 투쟁에 나서는 유치원을 엄벌해달라’는 요지의 국민청원이 50개가량 올라왔다. 경기 동탄과 용인 등 신도지 지역에선 3일 오후 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을 비판하는 ‘유치원맘’들의 집회가 열렸다.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운영하는 동탄지역의 리더스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일방적인 개학 연기는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며 이 이사장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윤/정의진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