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 조정은커녕 되레 조장하는 국회

'한유총 개학 연기' 놓고 공방

與 "한유총, 교육자이길 포기"
vs 한국당 "정부 처벌 일변도 대책이 문제"
여야 ‘한유총 개학 연기’ 놓고 책임공방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3일 국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개학 연기 투쟁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한 반면 한국당은 교육부의 시행령 연기를 함께 촉구했다. 사진 왼쪽부터 신경민·박용진·서영교 민주당 의원, 홍문종·김한표 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은 한국유치원총연맹(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당장 한유총이 4일부터 무기한 개학 연기에 나설 경우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데도 대책 강구보다는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1·2월 임시국회 ‘패싱’에 이어 한유총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 해결에도 손놓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야당과 한유총을 무조건 나쁘다는 주장을 한다면 합의에 이르기 힘들 것”이라며 “여야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월 임시국회를 건너뛴 여야는 3일 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 하루 전날에서야 부랴부랴 면피성 성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습적으로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은 교육자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처벌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보육대란을 앞두고도 여야가 책임 공방만 되풀이한 셈이다. 국회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니라 갈등 조장자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교육부의 강경한 대응에 발맞춰 “한유총의 개학 연기는 12·12 쿠데타와 다름없다”며 “어린이를 인질로 하는 인질범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왜 국민들이 ‘자유한유총’이라고 부르는지 한국당이 되새겨야 한다”며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한국당도 이날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한 유치원 3법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교육위는 지난해 12월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과 교비 부정 사용 시 형사처분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을 한국당을 제외하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했다. 김한표 한국당 교육위 간사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한민국 교육의 총책임자로 한유총을 전격 방문하든지 아니면 불러서라도 만나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정부가 사립유치원과 대화해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소속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유총은 개학 연기 선언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부는 한유총과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한유총 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말부터 3개월째 법안 심사를 방치하고 있는 ‘식물국회’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가 만나는 4일 초월회 회동이 3월 임시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는 3당 교섭단체 원내수석 부대표 채널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손혜원 의원의 국정조사와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원 3인(김진태·김순례·이종명) 징계 처리 안건을 둘러싼 협상이 쳇바퀴를 돌고 있어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국회를 열지 않는 데 대해 여야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3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여야가 미·북 정상회담 결렬을 두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야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은 회담 결렬 30분 전까지 남북한 경협과 종전선언을 기대했다”며 “한국 정부가 미·북 협상 상황에서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