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양비론' 사라진 유치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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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지식사회부 기자 oasis93@hankyung.com사립유치원들의 개학 연기 투쟁이 4일 하루 만에 끝났다. 이날 전국 239개 사립유치원이 ‘유치원 3법’으로 대표되는 회계투명성 강화 방안에 반발해 수업을 하지 않았다.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었지만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학부모들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각,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급진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불법 파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장관이 한유총 관계자를 아직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대화를 거부하는 것 역시 정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유총도 지난 3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 “개학 연기 투쟁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된 이유로 ‘교육부의 대화 거부’를 꼽았다.그러나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학부모들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보통 국민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집단행동 사태가 발생하면 그 행동을 강행한 주체와 이를 막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는 ‘양비론’이 비등했다. 이번엔 대부분 학부모가 정부의 타협 없는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한 소셜미디어에 개설된 오픈채팅방에선 “개학 연기한 유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불편함이 많겠지만 이번엔 (정부가) 강경하게 나갔으면 좋겠다” 등 학부모들의 글이 넘쳐났다. 한유총 지도부가 “폐원 투쟁도 검토하겠다”고 하자 상당수 학부모는 “제발 폐원하고 교육계를 떠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민 여론이 싸늘한 것은 한유총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울 송파구의 한 학부모는 “한유총은 2016년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집단휴업’ 카드로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학부모는 “작년 10월 사립유치원 비리가 폭로된 이후 한유총은 한 번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개학 연기 사태는 끝났지만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한유총은 대화를 거부하는 정부를 비난하기에 앞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는 게 우선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