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 작년 2배 제작…1만5000편 쏟아낸다

CJ ENM 올 투자 전략은

숏폼 디지털 콘텐츠로 승부
디지털 스튜디오의 메카로
CJ ENM이 지난해 11월 업로드한 뒤 660만 뷰를 넘어선 걸그룹 아이즈원의 뮤직비디오 클립 ‘라비앙로즈 릴레이댄스’.
CJ ENM이 10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를 뜻하는 ‘숏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질적인 개선도 추진해 국내 최대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넷플릭스 등도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숏폼 디지털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이 회사는 4일 디지털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현행 6개에서 9개로 늘리고 신규 제작 편수도 지난해 7000여 개에서 올해 1만5000여 개로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4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연간 50억 조회수를 일으킨다는 목표다.기존 숏폼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던 ‘흥 스튜디오’를 ‘tvN 엔터’(예능), ‘tvN 스토리’(드라마) 등 두 개로 나누고 광고주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브랜디드 스튜디오’, 고품질 콘텐츠를 지향하는 ‘슬라이스 D 스튜디오’를 신설했다.

이 가운데 ‘슬라이스 D 스튜디오’는 숏폼 콘텐츠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슬라이스 D란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기 쉽게 잘라서 전달한다는 의미다. 휘발성 강한 기존의 킬링타임용 디지털 콘텐츠와는 차별화한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방침이다. 야심작에는 기존 디지털 콘텐츠 대비 제작비를 150~300% 더 투자할 계획이다. 제작 기간도 평균 두 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제작 방식도 바꾼다. 하루 촬영해 2~3편씩 업로드하는 데서 벗어나 철저한 사전 기획을 통해 100% 사전 제작 콘텐츠도 만든다.

가령 정창욱 셰프와 면 요리의 세계를 탐구하는 ‘면식범’은 10~15분짜리 콘텐츠 네 편을 100% 사전 제작 형태로 제작해 이달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공개한다. 시즌 1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낸 먹방 프로그램 ‘최자로드’ 시즌 2를 제작하고,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히스토리를 담은 컬처 다큐멘터리 ‘오리진 오브 에브리씽’, 한국 최정상 래퍼 두 명의 성장 다큐멘터리 ‘리바이브’(가제) 등의 신규 콘텐츠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예산이 늘어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이슈들을 다루는 고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이 늘고 디지털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단순 킬링타임용 ‘스낵 콘텐츠’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습관이 스마트폰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용 콘텐츠 제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프리 카젠버그 전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숏폼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10억달러(약 1조1100억원) 펀딩에 성공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카젠버그는 오는 12월께 ‘New TV’플랫폼을 출범시켜 10분 이내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프리미엄급 오리지널 숏 클립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카젠버그의 펀딩에는 디즈니, 21세기폭스, NBC유니버설, 소니픽처스, 바이어컴, 라이온스케이트 등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와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참여했고 맥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CEO가 영입됐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