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대란' 없었다…학부모 속 뒤집어놓고 내일부터 정상화

부정 여론·정부강경 대응에 참여 저조…한유총, 하루 만에 개학연기 철회
한유총 허가 취소·공정위 고발 유지…부모들 안도하면서도 분노 여전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4일 주도했던 '개학연기' 사태가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당초 개학 연기에 참여하기로 했던 유치원들이 정부의 강경 대응과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속속 입장을 바꾸며 참여율이 저조하자 한유총은 첫날 개학 연기 철회를 선언했다.

이날 교육부 집계결과 전국에서 239곳이 개학을 연기했다.

이 중 92.5%는 자체돌봄교실을 운영해 아예 문을 닫은 유치원은 18곳에 그쳤다.한유총은 개학 연기 참여 유치원이 예상치에 훨씬 못 미치자 결국 이날 오후 "학부모들의 염려를 더 이상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건 없이 '개학 연기' 투쟁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5일부터 각 유치원에 자체 판단에 따라 개학을 결정해달라고 밝히면서 5일부터는 유치원 운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려했던 '유치원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개학을 연기한 유치원 수가 많지 않았고 정부가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해 개학이 연기된 유치원 원아들을 국공립유치원에 분산 수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긴급돌봄서비스를 이용한 원아는 277명이었고 아이돌봄서비스는 31명이 이용했다.
정부는 현장 방문조사 결과 개학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된 유치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자체돌봄을 제공한 유치원에도 학사과정을 변칙 운영한 책임을 물어 역시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교육부는 이날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을 5일 다시 현장조사해 문을 여는 유치원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일단 이날 개학 연기가 이뤄진 만큼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사업자 단체의 불법단체 행동'이라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도 개학 연기 철회와 관계없이 한유총의 사단법인 허가를 취소하기로 하고 5일 한유총에 이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개학 연기는 하루로 마무리됐지만, 학부모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개원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던 유치원들이 상당수 문을 열었지만, 교과과정이나 급식제공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응답을 회피해 혼란을 빚었다.

또 자체돌봄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통학 차량은 제공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직접 자녀를 데리고 등·하원을 함께 해야 했다.

돌봄시설은 제공됐지만 낯선 환경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경북 포항에서는 한유총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3·1절 연휴를 포함해 며칠간 불안에 떨어야 했던 학부모들은 유치원 정상화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한유총의 행태에 분노를 쏟아냈다.

인터넷 학부모 카페 등에서는 "개학 연기 철회와 상관없이 하루라도 개학 연기를 한 유치원을 제재해야 한다"며 엄정한 대응을 정부에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유총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폐원 시 학부모 ⅔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등에 반대해 지난달 28일 개학 연기를 선언했다.

한유총은 일단 '백기'를 들면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여전히 정부와 여당에 돌려 향후 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개학 연기를) 철회한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면서 "공정위 조사 의뢰도 그대로 진행하고 오늘 개학하지 않은 유치원 239곳을 모두 확인해 내일도 문을 열지 않으면 형사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유 부총리는 "한유총이 조건없이 에듀파인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대화 가능성도 있다"면서 "국회에서도 중재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