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갈때 66시간' 김정은 열차, 귀로는 약 61시간 예상

총 3천800km 안팎 기찻길…속도 높이고 무정차로 시간 줄여
소식통 "좋지 않은 내부 분위기 반영"…평양서 대응논의 서두를 듯
베트남 방문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귀국길에 베이징(北京)에 들르지 않고 최단 노선을 택해 평양으로 달려가고 있다.중국 내 열차 이동 시간 또한 베트남으로 갈 때보다 훨씬 짧아졌다.
이를 두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김 위원장이 최대한 빨리 귀국해 참모들과 함께 회담 평가와 향후 대책을 숙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접경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시 38분(중국시간) 베트남 동당역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북중 접경 랴오닝성 단둥(丹東)을 거쳐 약 56시간 만에 북한 신의주로 들어갔다.이는 베트남 방문 시 정차했던 핑샹(憑祥), 난닝(南寧), 창사(長沙)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정차하지 않은 데다 열차 속도 또한 높인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추세로 계속 이동할 경우 단둥을 거쳐 평양까지 도착하는 데 60여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여 베트남으로 향할 때의 66시간보다 5~7시간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처럼 김정은 전용 열차가 귀국을 서두르는 것은 우선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에 따른 대책을 북한 내 지도부와 깊이 있게 논의하기 위해 하루빨리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적 필요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또한, 김 위원장의 장기간 출장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건강 문제도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하노이 담판 결렬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 간 대화보다는 조속한 귀국이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1주일 뒤 전용기 편으로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주석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 결과를 설명할 수도 있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가 준 충격파와 외교적 함의가 훨씬 복잡해서 베이징 방문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베트남으로 갈 때는 자신감에 가득 찼던 김 위원장이 복귀하는 열차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용 열차가 급히 귀국한다는 것은 그만큼 좋지 않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좋았을 경우 김 위원장은 베이징 또는 광저우를 들르며 행보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당분간 북미 간 냉각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북·중 경협 또한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평양에서 출발해 26일 오전 베트남에 도착할 때까지 66시간 전용 열차를 이용했을 당시에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귀국길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분위기다.

또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한 중국 철도 및 공안 당국의 통제도 한층 심해져 외신의 취재 접근 자체가 더 어려워졌다.김 위원장의 이동 경로인 북중 접경 중조우의교가 훤히 내다보이는 중롄호텔은 인터넷 예약 사이트를 통해 객실은 이미 예약이 끝났으며 중국 국적 투숙객만을 받는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