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日 대표기업 히타치가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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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히타치제작소와 히타치그룹 10개사 등 히타치계열 총 11개사 12개 사업소가 지난해 외국인 기능실습생과 관련한 각종 법을 위반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외국인 기능실습생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거나 당초 채용 계획과는 다른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만 배치했던 것입니다. 일본 산업계의 ‘간판격’인 회사에서조차 외국인 근로자 운영 및 처우와 관련한 불법 행위가 만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 경제계가 ‘망신’을 당했다는 분위기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 등 히타치그룹 11개사는 지난해 4~9월에 일본 정부의 현장실태검사에서 외국인 기능실습생 관련 법 위반으로 개선권고 및 개선지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히타치는 야마구치현 가사토사업소에서 전기장비 조립 실습생에게 필요한 기능교육을 충분히 실시하지 않고 당초 계획과 다른 업무를 하게 했다고 합니다. 히타치얼라이언스 다카사무소와 히타치금속 규슈공장, 히타치하이테크놀로지 공장에서도 기능실습생들에게 필수적인 작업 내용을 숙지시키지 않거나 계획과 다른 업무를 맡겼습니다. 일본 대표 대기업인 히타치의 계열사들이 대대적으로 외국인 실습생을 당초 채용 계획과 다른 업무에 배치하거나 기능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줬던 사실도 발각됐습니다. 히타치제작소 오미카사업소에선 지난해 외국인 기능실습생에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기본월급 13만엔(약 130만원)을 지급하다가 부족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기능실습생과 관련한 각종 불법 행위는 일본 산업계에 널리 퍼진 분위기입니다. 히타치에 앞서 올 초에는 미쓰비시자동차, 파나소닉 등 4개사가 외국인 기능실습생을 부적절하게 운용한 것이 드러나 일본 법무성과 후생노동성 등으로부터 외국인 기능실습계획 인정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일본은 1993년부터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 연수를 한 뒤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기능실습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말 현재 일본 내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27만4000여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본에선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에 대한 지적이 늘고 있습니다. 일본 법무성이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요청을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에 외국인 기능실습생 중 사망자가 69명이나 발생했습니다. 15명이 근로 중 사망했고 21명은 병사했습니다. 자살한 사람도 6명이나 됐습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인(26명), 몽골인(3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잠적한 외국인 기능실습생도 2870명에 달합니다. 일본 지방 중소기업에선 주당 130시간 일하면서 9만엔(약 9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손부족이 심각한 일본은 외국인 인력 수입을 확대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 일본 사회가 외국인 노동 문제와 관련한 각종 문제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