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산책코스도 발길 '뚝'…미세먼지에 동물도 힘들다

산책 필수인 견공들 '방콕 신세'…견주들 스트레스 늘어
에버랜드, 실외사육장 동물위해 잦은 물청소로 분주

미세먼지가 재난 수준으로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5일 서울·인천·경기 등에서는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닷새 연속 시행되면서 사람들의 건강과 일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북부권에 내려진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를 경보로 격상했다.

이들 지역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58㎍/㎥이다.앞서 경기도가 전날 오전부터 이날 새벽까지 순차적으로 중부권과 남부권, 동부권에 내려진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경보로 대체 발령하면서 현재 경기도 전역에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상태이다.

아울러 미세먼지(PM 10) 주의보도 경기도 전역에 내려져 있다.

화창한 봄날씨를 기대하며 외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집안에만 있다가 산책을 하고 싶어 하는 강아지, 동물원의 동물들 모두에 미세먼지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경기 수원의 광교신도시에 사는 애견인 황 모(53) 씨는 요즘 3년째 키우고 있는 몰티즈 '태양이'와 외출하지 못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태양이가 매일 1시간 이상 집 밖에 나가 배변 활동을 하고 바깥 공기를 맡으며 즐기던 산책을 하지 못하게 되자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태양이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황 씨는 결국 지난 3일 연휴 가운데 마지막 날 오후 태양이를 데리고 광교호수공원을 나갔지만, 10분 만에 개를 안고 집으로 황급히 돌아와야 했다.하늘이 뿌옇게 흐릴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해 숨을 쉬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황 씨는 "보통 광교호수공원에는 애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게 정상인데 요즘에는 그런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라면서 "사람처럼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개들이 사람보다 더 미세먼지에 취약하다고 하니까 도저히 밖에 데리고 나가기가 겁이 난다"라고 말했다.

애견인 황 씨의 말처럼 동물들도 사람만큼이나 미세먼지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두리병원 성낙현 원장은 "강아지도 당연히 미세먼지 영향을 받는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는 열이 조금 나고 기침을 하며, 콧물과 눈 충혈 증상이 나타난다"라면서 "강아지는 마스크를 쓰고 나갈 수 없으니 외출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먹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강아지들의 호흡기질환이 평소보다 조금 늘어나는 것 같다"라면서도 "그러나 환절기 때문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자 용인 에버랜드도 동물들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에버랜드는 미세먼지를 씻겨내기 위해 실외사육장과 실내 동물사(동물들이 쉬는 공간)의 물청소를 자주 하고 있다.

또 일부 동물사와 전시실에 공기청정 필터 시설을 설치하고, 평소보다 동물들에게 물을 더 자주 먹이고 있다.

사육사들도 동물들의 호흡기질환 등 건강 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한 뒤 이상을 보이는 동물은 수의사와 상의해 신속히 진료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는 판다 2마리는 천장이 돔으로 된 실내 사육장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어 미세먼지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원에서 사육사의 보호를 받는 동물과 달리 보호센터 유기견들의 사정은 좋지 않다.

용인시동물보호센터의 경우 140마리의 유기견을 돌보기도 벅찬 상황에서 미세먼지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센터의 한 관계자는 "센터 내에 설치된 환기시설은 강아지 보호시설의 냄새를 없애기 위한 용도이지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목욕시설이나 인력 충원 등 유기견 복지를 위해 시급한 분야가 많기 때문에 아직 미세먼지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