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경로당서 노년의 봄날은 간다

"마스크 쓰고 밭일…봄이 와도 마실 못 나가"

"마스크 쓰고 밭일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에유."경기도 전역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5일 농촌 지역 노인들은 나빠진 공기질 때문에 생활하기가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에서 보내는 공기질 특보에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라"는 말이 있지만, 집 안에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안성시 원곡면 성은경로당에서 만난 이순애(84·여)씨는 "이제 막 마늘밭에 풀 뽑고, 텃밭일 시작할 때"라며 "다들 마스크를 쓰고 밭에서 일하는데 숨도 차고 해서 일하는 것도 힘들다"고 전했다.미세먼지 마스크는 작년 보건소에서 나눠줄 때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마을 경로당에는 안성시에서 준 공기청정기가 있어, 점심때가 되면 오전 밭일을 끝낸 노인들이 모여 함께 식사한다.

평택시 팽성읍 대안4리 경로당에는 벌써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이종태(77·남)씨는 "평소 같으면 날씨가 따뜻해져서 마실 다닐 때인데 요즘엔 공기가 안 좋아서 다들 경로당으로 모인다"며 "같이 밥 먹고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경로당에 같이 있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화성시 우정읍 원안1리 경로당에도 벌써 10여명의 노인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주민 김모(84·여)씨는 "잠깐잠깐 밖에 나갈 땐 꼭 마스크를 쓰고, 되도록 마실도 안 나가고 있다"며 "이렇게 공기가 안 좋을 땐 대부분 시간을 경로당에서 보낸다"고 말했다.평택, 화성, 안성시 등 일선 지자체는 미세먼지 민감계층은 만65세 이상 노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다.

안성시 관계자는 "공기질이 나빠지면 노인들은 생활하기가 더 어렵다"며 "미세먼지 민감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