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없는 초등교실…엄마는 등교시킨뒤 울었다

"초등학교 교실 초미세먼지 92㎍/㎥"…학부모들 '속상해'
화성 한 중학교는 운동장서 입학식…아이들 건강은?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자녀 교실을 방문한 송 모(40·용인) 씨는 지난 4일 교실 안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수치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측정기에 나타난 수치가 초미세먼지는 92㎍/㎥, 미세먼지는 133㎍/㎥에 달했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매우 나쁨(75㎍/㎥)'을 훌쩍 넘어섰고, 미세먼지 역시 '나쁨(81㎍/㎥)' 이상이었다.
송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실마다 당연히 공기청정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학해 보니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나 황당했다"라고 말했다.그는 "아이를 등교시킨 뒤 너무나 속상해 눈물이 다 났다"라며 "학교장 재량으로 공기청정기를 둘 수 있다고 하던데 강제로라도 설치해줬으면 좋겠다.

최소한 아이들이 숨 쉴 권리는 보장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학교마다 공기정화장치 설치 여부와 기종의 편차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수원 영통구 A초등학교 앞에서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하교할 자녀를 기다리던 주한나(39)씨는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는 교실마다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됐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아직 없다"라며 "하물며 태권도 학원, 음악 학원에도 요즘엔 다 공기청정기가 있는데 어떻게 학교에 없을 수가 있냐"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부모가 공기청정기를 사다가 교실에 놓겠다고 해도 전기료 등을 이유로 학교에선 안 된다고 한다"라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우리 학교에 공기정화장치가 없는데 최근 '공기순환기'라는 걸 입찰했다고 한다"라며 "근데 이건 초미세먼지까지 제대로 걸러주는 헤파필터가 설치된 것인지 불확실하다.학부모가 믿을 수 있는 장치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관리자들이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줄 것도 주문했다.

일례로 화성의 B중학교는 지난 4일 입학식을 실내 강당이 아닌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이날 화성지역에는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 중이었다.

도교육청의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 상 실외수업을 금지하거나 등·하교 시간 조정을 검토해야 할 수준이었다.

B중학교 측은 "학생 수가 1천300명에 달해 강당에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했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단축해 40분 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B중학교 교장은 "앞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건강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