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실서 무슨 일이…' 대교 충돌 당시 고성·욕설 '아수라장'

항해기록저장장치(VDR)·조타실 CCTV에 기록된 당시 상황
"배 못 돌린다" 보고 무시한 선장 "간다, 간다, 간다"는 말만 반복
충돌 이후 선원 "끝났다.선장, XX됐다.이게 술의 결과다" 푸념

지난달 28일 오후 부산 용호부두에 계류 중인 요트와 광안대교 충돌 당시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998t) 조타실은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5일 부산해양경찰서가 공개한 씨그랜드호 항해기록저장장치(VDR)와 조타실 내 CCTV에는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요트와 충돌하기 직전 조타실에서는 욕설로 시작하는 대화가 나온다.

사고 당일 오후 3시 40분 "XX받치겠다.X됐다.

못 돌린다.

", "지나갈 수 있겠지. XX 지나가긴. 엔진 정지!"
15분 뒤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요트와 접촉 여부를 묻자 '예선(예인선) 한 척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3분 뒤인 오후 3시 58분 "어 망했네", "누가 갑판장 좀 도와줘라. 왜 혼자서 XX 하냐. 구경하나!"라며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씨그랜드호는 이어 '충돌은 없었다'고 VTS에 교신했다가 예인선 2척을 요청한다.

정상적인 항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뒤늦게 예인선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관제센터 VTS가 "725(요트)와 당신 배가 사고가 났어요"라고 하자 선장 S(47)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아무 말 하지 마라"고 지시하고, 조타실 선원은 VTS에 "아무 문제 없다(No problem)"는 답변을 두 번 한다.

그러자 "우리가 725호를 갈아 올랐다는데 무슨 'No Problem' XX"이라며 욕설이 섞인 말이 나온다.

그런데도 VTS에 보낸 교신에는 "충돌은 없다(No collision). 예인선 두 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후에는 1항사와 선장이 다투는 상황이 이어진다.

광안대교 충돌 전인 오후 4시 17분. 1항사가 'XX'라는 욕설을 하며 "(배를)못 돌린다니까, 못 돌린다니까.

선장, XX 못 돌린다니까"라고 하는데도 선장은 "(배가)간다.

간다.

간다", "조타 잡아라"라고 말한다.

요트와 충돌했던 씨그랜드호는 이제 광안대교로 향한다.

광안대교 충돌 시간인 오후 4시 20분. "못 멈춘다.

XX 7후진", "8후진 했다니까 XX", "속도가 안 빠진다 XX", "오, XX. X됐다"는 선원의 다급한 말이 계속되고 결국 씨그랜드호는 광안대교를 들이받는다.

광안대교 충돌 직후 조타실 선원은 이런 말을 남긴다.

"끝났다.

선장, XX됐다.

"
그리고 오후 4시 21분 VTS에서 닻을 내리라고 하지만, 이미 씨그랜드호는 광안대교를 들이받고 교각 아래도 들어가게 된다.

씨그랜드호는 광안대교 교각 아래로 조금 들어가다가 뒤늦게 후진을 제대로 한 뒤 먼바다 방향으로 향한다.

상황이 종료된 사고 당일 오후 6시에 "이게 술의 결과다.

아예 배에서는 안 되지"라는 말이 나온다.

해경이 사고 후 씨그랜드호에 대한 정선 명령을 내린 뒤 선장 S씨 음주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로 나왔다.

당시 조타실에는 S씨, 1항사, 조타수가 있었다.당시 조타기는 조타수가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