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녹턴은 평생 숙제 같은 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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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 12일 서울 연주 이어 11개 도시 투어“쇼팽의 녹턴은 참 예쁜 곡이면서도 깊이가 있어요. 아직 이 곡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언젠가 해야 할 숙제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야 곡과 저의 대화가 시작된 겁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5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백건우&쇼팽’ 전국 투어 기자간담회에서 쇼팽 녹턴을 전체 주제로 삼은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쇼팽 녹턴 악보를 훑어보는데 문득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며 “쇼팽이라는 작곡가가 가진 음악세계 중 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 21곡의 녹턴”이라고 말했다.투어 프로그램은 쇼팽 임프롬투(즉흥곡) 2번으로 시작해 녹턴 5번과 7번, 환상 폴로네이즈 Op.61에 이어 녹턴 4번, 13번을 연주한다. 2부에선 ‘화려한 왈츠’ 등 왈츠 세 곡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녹턴 16번과 10번을 연주한 후 발라드 1번으로 마무리한다.
백건우는 “1부의 환상 폴로네이즈는 훌륭한 곡일뿐더러 해석이 어려운 곡이어서 넣고 싶었다”며 “2부에선 다시 녹턴으로 시작하면 청중에게 거부감을 줄 것 같아 화려한 왈츠로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의 꿈이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를 2년 전 ‘끝없는 여정’이란 제목을 달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백건우는 “베토벤 소나타는 크든 작든 모든 음에 힘이 있어야 하고 리듬이 다 살아 율동하는 음악”이라며 “이에 비해 쇼팽 녹턴은 음이 조화를 이루며 필요한 의미들을 위로 떠오르게 뒷받침해주는 음악이라 만들어가는 과정과 방법이 전혀 다르다”고 소개했다.그는 지난해 9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한 ‘쇼팽 녹턴 21곡 전곡’ 앨범을 이날 함께 발표했다. 2013년 슈베르트 앨범 이후 6년 만에 발매한 신작이다. 그는 “쇼팽 녹턴은 전혀 무리하지 않고 힘을 주지 않아도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소리를 내야 한다”며 “통영의 경치와 분위기, 음악당 연주홀과 악기, 음향시설이 훌륭해 여유있고 편안하게 녹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오는 12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첫 공연을 시작해 군포(16일) 여주(17일) 과천(19일) 부산(22일) 춘천(4월 10일) 대구(4월 12일) 인천(4월 13일) 등 11개 도시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