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제에 '악몽의 숨바꼭질'…로이터의 북미회담 취재기

"베트남 공산당은 자국 매체를 강력하게 통제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확실한 정보 없이) 추측을 거듭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덕분에 기자들은 악몽을 경험했다"

전세계에 촘촘한 취재망을 구축하고 빠르고 정확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영국 로이터 통신은 5일 취재 후기 형식의 기사를 통해 '정보통제' 때문에 고전했던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회담 취재 과정을 풀어놓았다.로이터는 지난달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총 35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을 가동했다.

베트남 상주 취재인력이 6명, 나머지는 인근 지역 및 미국에서 파견된 기자와 사진기자, 영상 촬영인력 등이었다.

2차 북미회담은 장소 선정 과정부터 언론인들을 괴롭힌 행사였다.유력 후보지로 베트남과 태국, 하와이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흘리는 '퍼즐 조각' 같은 정보를 토대로 언론인들은 추측에 추측을 거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 2차 회담 개최국을 선정했지만, 발표는 다음에 하겠다고 미뤘고, 2월 5일 국정 연설 도중 베트남이 개최지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도 하노이와 중부 도시 다낭 등 2개 후보지를 놓고 기자들의 씨름은 계속됐고, 결국 회담까지 3주가 채 남지 않은 2월 8일이 되어서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하노이 개최 사실이 확인됐다.개최 도시가 확인된 이후에도 철저한 정보통제 탓에 기자들은 회담 장소와 숙소정보를 알아내느라 막판까지 진땀을 뺐다.

회담 이틀 전 응우옌 득 쭝 하노이 시장(인민위원장)이 북미 양측의 요청으로 회담장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며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게 로이터의 전언이다.

로이터는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이 최종 회담장 후보지에 포함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2명의 특파원을 투숙시키는 모험을 강행했지만, 호텔 직원들은 정상회담 전날까지도 회담 유치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한다.당시 메트로폴 호텔 이외에 영빈관과 오페라하우스 등도 정상 회담장 후보군으로 거론됐었는데, 당시 한 소식통은 "다른 하나는 (눈속임용) 미끼"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어쨌든 로이터는 메트로폴 호텔에 특파원을 투숙시킨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경호 통제선 너머에서 회담 준비상황을 훔쳐볼 수 있었으며, 핵 담판 결렬로 실무 오찬과 협약 서명식 행사가 취소된 이후 식당에 차려졌던 오찬 메뉴와 장식 등이 치워지는 장면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로이터는 자사 백악관 출입 기자의 질문에 뜻밖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답을 했다면서, 이것이 김 위원장이 미국 기자의 질문에 답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 공동 취재진으로 확대 정상회담 현장에 있던 제프 메이슨 기자는 김 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준비가 됐었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통역을 통해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이런 김 위원장의 답변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분이 들어본 것 중에 최고의 답변일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