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가 플랫폼 독점?…치열하게 경쟁해 소비자 선택받은 것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
“사실 안드로이드를 처음 개발할 땐 스마트폰만이 목표였어요. 지금처럼 온갖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가전제품, 자동차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구글의 스마트기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사업을 총괄하는 히로시 로크하이머 수석부사장(44·사진)의 말이다. 그는 2006년 구글에 입사해 안드로이드 출시와 확장을 이끈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19’에서 기자와 만난 로크하이머 부사장은 “기술 변화라는 게 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다”고 했다. MWC의 최대 화제였던 폴더블(접는) 폰 역시 “안드로이드에 또 한 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폰을 쓰는 사람들의 방식이 바뀌고, 폴더블에 맞춘 앱(응용프로그램)도 쏟아질 것”이라며 “OS가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중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폰 ‘갤럭시 폴드’ 개발 과정에도 많은 ‘물밑 지원’을 했다고 한다.

로크하이머 부사장은 “화면은 폰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혁신 경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어느 기기든 이용자 불만 1위가 배터리 수명이어서 이 분야도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2008년 출시된 안드로이드는 1300여 개 브랜드에서 만든 기기 2만4000여 종에 쓰이고 있다. 로크하이머 부사장은 안드로이드가 OS 시장을 휘어잡은 핵심 경쟁력은 “오픈소스(open source)의 강력한 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의 설계도 격인 소스코드를 공개한 뒤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해 쓸 수 있게 개방하는 방식을 말한다. 안드로이드는 이런 전략에 따라 삼성, LG, 화웨이, 샤오미 등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스마트폰의 OS로 채택돼 점유율이 70~80% 선에 이른다.

그는 “안드로이드는 구글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라 수많은 폰 제조사와 앱 개발사가 연결된 거대한 생태계”라며 “누구나 새로운 기기와 앱을 손쉽게 만들어 국경 없이 유통하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플랫폼 독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상으로 보급하는 대신 구글 계열 앱의 이용을 유도해 광고 매출을 높인다. 앱 장터의 30% 유통 수수료는 ‘폭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독점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주된 경쟁자인 애플과 매일 경쟁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일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자체 OS 개발에 나선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의 탈(脫)안드로이드 행보 또한 같은 맥락에서 “환영한다”고 했다. “중국 어느 회사인진 모르겠지만, 여러 업체가 경쟁할수록 소비자에겐 이익이 되니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여유로 느껴졌다.유럽연합(EU) 법원은 지난해 7월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크롬, 유튜브, 지도 등 각종 앱을 기본 탑재해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벌금 43억4000만유로(약 5조5000억원)를 물렸다. 그러자 구글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안드로이드 폰에 대당 최대 40달러의 사용료를 받겠다고 맞받았다. 삼성, LG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크하이머 부사장은 “작년 10월 29일부터 사용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르는 차원이지 구글의 수익모델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사용료 징수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 없고, EU 법원엔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고위 관계자도 “협상 등의 여지가 있어 유럽 판매에 큰 악재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