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해소에 사활 건 中…지재권 보호 등 '초고속 입법'

美 요구사항 대폭 수용 움직임

외국기업에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재권 침해 배상액 5배 확대도
올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한 5일 베이징은 짙은 스모그로 뒤덮였다. 중국 정부는 매년 최고지도부가 집결하는 양회(兩會: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 가동을 일제히 중단해 공기질을 관리해왔다. 이 때문에 ‘양회 블루’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올해는 양회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줄곧 ㎥당 200㎍을 넘어서며 중도(重度) 오염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공기질을 신경 쓸 여유가 없을 정도로 다급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산업생산과 수출, 소비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타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해서는 연간 6% 성장률을 확보하기 어렵다. 시진핑 정부는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하며 ‘미국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에선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까지 제기되지만 중국 정부는 무역협상 타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2024년까지 6년 동안 1조달러(약 1125조7000억원) 이상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 농산물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미 제품 수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2024년 대(對)미 무역수지 흑자를 ‘제로(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미국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 이전을 막기 위한 입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을 보호하고 중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외상(외국기업)투자법 제정안과 특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외상투자법에는 해외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정부가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 조건을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경영활동에 영향을 주거나 간섭하는 행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겼다.

중국은 그동안 기업 간 협상에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따라서 새 외상투자법 제정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허법 개정안에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면 배상액을 지금보다 5배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두 법률의 심의를 불과 3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전인대는 오는 15일 폐막 전체회의에서 두 법률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새로운 법 통과에 통상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빠른 속도다.올해 국방 예산은 작년보다 7.5% 늘어난 1조1898억위안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8.1%)은 물론 전문가 예상치(8~9%)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을 의식해 증가율을 낮춰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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