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 미세먼지 감축효과 입증 안돼…中 협조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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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미세먼지 韓·中 공조방안 내놨지만문재인 대통령이 6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공조방안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대부분이 서풍을 타고온 중국발(發) 미세먼지인데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여론이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연일 숨쉬기 힘든 뿌연 하늘이 지속되면서 “중국에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배상과 사과를 요구하라”는 식의 국민청원 등이 청와대 게시판에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인공강우 효과 있을까
시간당 50㎜ 폭우 만들어도 미세먼지 절반도 제거 못해
中이 핵심기술 알려줄지도 불투명
문 대통령이 지시한 해법은 △기술협력을 통한 공동 인공강우 실시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 △공동 미세먼지예보시스템 운영 등이다. 모두 중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들이다. 중국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장담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이 이날 지시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와 봄철 가동중단 확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미 2017년부터 봄철 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가동 중지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감축효과는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인공강우 실효성 있나
인공강우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일 좋은 대안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더 우세하다. 중국이 인공강우 강국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인공강우 시설을 갖춘 지방자치단체만 2000개가 넘는다. 인공강우가 일상화돼 있다는 의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인공강우를 동원해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실험을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도 중국은 베이징 등지를 대상으로 국지적인 인공강우 시도를 해 효과를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인공강우 연구가 지지부진하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됐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도한 지난 1월 실험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응결핵을 뿌렸지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전문가들은 가뭄 해갈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온 인공강우 기술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설명한다. 시간당 50㎜의 폭우가 한 시간 동안 쏟아져도 미세먼지의 40% 정도만 제거된다는 논리다. 미세먼지보다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인공강우 효과가 더 떨어진다. 한국이 인공강우에 적합한 지역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국토가 좁고 구름이 금방 동해 쪽으로 떠내려간다”며 “서풍에 실려 중국발 미세먼지가 닥칠 경우 인공강우는 반짝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핵심 기술을 쉽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중국과 인공강우와 관련한 협의를 한다고 곧바로 실험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험 시기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후 석탄발전소 중단 효과도 의문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시기를 단축하는 방안도 실효가 있을지 물음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30년 이상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조기에 폐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즉시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는 앞서 2017년 9월 노후 석탄발전소 7기의 폐쇄 시점을 1~3년 앞당겼는데 이를 한 번 더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발표된 주현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시설폐쇄 및 연료전환을 통한 미세먼지 농도 개선효과’ 보고서를 보면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연간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1.8%에 불과하다. 지금은 30년 이상 발전소가 6기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실제 배출량은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날 발전 분야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석탄발전소 48기에 대해 계획예방정비(일시 가동중지) 기간을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5월까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렇게 하면 이미 가동 중지에 들어간 발전소 등을 포함해 총 54기를 봄철에 1주일 이상 멈추는 효과가 있다. 54기는 전체 화력발전소의 90%다. 하지만 국내 미세먼지 발생요인 중 석탄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높지 않은 데다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포함하면 비중이 10% 미만이어서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KF94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하는 방역용 마스크 중 하나로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권장된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다. 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 등급을 KF80, KF94, KF99의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 KF80은 평균 입자 크기가 0.6㎛(마이크로미터)인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황사 차단용으로 적합하다. KF94, KF99는 0.4㎛인 미세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차단한다. KF99는 차단력이 높은 대신 호흡이 불편할 수 있다.
송형석/심은지/서민준/박재원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