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선제적 구조조정 나서는데…한국은 노조 등쌀에 시동도 못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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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조정도 동의없인 불가능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6일 오하이오주 조립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GM은 지난해 11월 북미지역 공장 다섯 곳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고, 그 계획에 따라 오하이오 로즈타운 공장의 문을 닫았다. GM은 메릴랜드주 화이트마시 공장, 미시간주 워런 공장,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샤와 공장,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공장을 내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폐쇄한다. 5개 공장이 문을 닫으면 1만5000명의 직원이 직장을 잃게 된다.
GM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닛산자동차(1000명)와 독일 폭스바겐(7000명), 영국 재규어·랜드로버(4500명) 등 다른 자동차업체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포드와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감원 계획을 공개했다. 일본 도요타는 임원을 55명에서 23명으로 줄이고, 상무 부장 차장 등을 ‘간부’ 직급으로 통폐합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건 회사 사정이 나빠서가 아니다. GM과 도요타, 폭스바겐 등은 지난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그런데도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개발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미리 군살 빼기에 나선 것이다.한국 자동차 업체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구조조정은커녕 라인별 생산물량을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증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노조의 동의를 못 받은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2017년 회사가 소형 SUV 코나의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하자 라인을 쇠사슬로 묶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업체는 대부분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신차 생산부터 공장별 물량 조정까지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고,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한국 자동차 회사는 이런 노사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