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의 굴욕'…월 결제 금액 2억도 안돼

서울시가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선보인 ‘제로페이’의 월 결제금액이 2억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의 0.0003% 수준이다. 결제 횟수도 제로페이는 8633건으로 개인카드(15억6000만건)의 0.0006%에 그쳤다.제로페이는 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QR코드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2월 도입됐다. 스마트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구매자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이체된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존재감은 미미하기 그지없다는 게 금융계 평가다. 지난 1월 기준 제로페이 등록 가맹점이 4만6628개인 것을 고려하면 가맹점당 월 거래금액은 4278원에 그쳤다. 거래횟수도 0.19건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제로페이는 정부가 카드 시장에 개입해 민간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며 “당장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이용자들이 제로페이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제로페이의 등장을 예의주시하던 카드업계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면 소상공인 어려움이 해결된다는 것은 정부의 안일한 생각”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카드업계 혼란만 커지고 소상공인 대책은 미봉책에 그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