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거나 '超저가'거나…중간 상품엔 지갑 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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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3만弗 시대…소비 트렌드가 바뀐다소비 시장에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샤넬, 구찌 등 해외 명품과 다이소, 유니클로, 스파오 등 초저가 물건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반면 중저가 브랜드와 상품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 구매 패턴이 양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이 백화점 매출의 20%
다이소 매출 3년새 두배로
신세계·현대·롯데백화점의 지난해 4분기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6%나 뛰었다. 같은 기간 백화점 전체 매출은 1.1% 감소했다. “해외 명품이 백화점을 먹여 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2만~3만원대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폐업이 잇따르는 데 반해 1인당 10만원이 넘는 특급호텔 뷔페는 한 달치 주말 예약이 대부분 찼다. 백화점 리빙관에선 수천만원짜리 프리미엄 가구와 가전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고가품만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초저가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1000원숍’ 다이소의 국내 매출은 2014년 8900억원에서 2017년 1조6457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작년에는 2조원에 육박했다.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득 증가와 함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그리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돈을 쓰는 가치소비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소비시장 주축으로 등장하면서 중저가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중간은 없다"…초저가 전략 '승부수'
초저가 전략의 상징 다이소가 큰 인기를 끌자 ‘미니소’ ‘버터’ 등 다이소와 비슷한 콘셉트의 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의류 분야에선 유니클로 등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중저가 시장을 다 잡아먹을 기세다. 패션업계가 유례 없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2017년 9월~2018년 8월)은 1조3731억원에 달한다. 단일 브랜드 가운데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넘긴 곳은 유니클로 외 나이키, 휠라 정도다.편의점에선 3000~4000원짜리 도시락, 2000원 안팎의 샌드위치가 큰 인기다. 국내 한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은 2015년 2263만 개에서 지난해 6875만 개로 3년 새 세 배로 증가했다. 편의점 CU에서 작년 샌드위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원두커피, 케이크 등 편의점 디저트 판매도 늘고 있다. 커피숍, 카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품질, 즉 전형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으로 승부한 게 통했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가 속속 초저가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 중이다. 이마트는 대용량 상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코스트코 콘셉트를 일부 매장에 적용한 ‘홈플러스 스페셜’로 매장을 속속 바꿔나가고 있다. 최저가를 앞세운 온라인 쇼핑에 맞서기 위해선 ‘어정쩡한’ 기존 대형마트로 승부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소비 시장은 결국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미엄과 초저가 사이에 있는 다수의 ‘중간’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