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 공식화…갈 길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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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대상 엄격한 요건' 단서정부가 6일 발표한 ‘제2 벤처붐 확산 전략’에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벤처기업에 한해 엄격한 요건 하에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업계 "도입 검토 수준에 그쳤다"
벤처창업가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보호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시민단체의 반발이 크고 정부 발표도 ‘엄격한 요건 하에서 추진한다’는 수준에 머물러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현행 상법은 주식회사의 의결권에 관해 1주 1의결권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여기에 예외 조항을 둬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창업자는 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중국 샤오미의 레이쥔 등이 차등의결권을 인정받고 있다. 구글도 창업주들에게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기업이 외부 공격을 방어하고 창업자의 장기 비전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국내에서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주당 2~10개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엄격한 요건 하에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등의결권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의 원칙과는 맞지 않지만 비상장 벤처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고 주주 동의가 있는 선에서 창업자 1인에게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벤처업계에서는 도입 검토 수준에 머물러 아쉽다는 반응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놓고 정책 발표 전날까지도 정부 부처 간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검토하겠다는 수준으로 발표한 것이 아쉽고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한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 수단에 불과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