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세먼지 놓고 또 뒷북치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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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가득 채운 뿌연 미세먼지가 다시금 정치권의 ‘조급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AI), 포항 지진 등 국가적 재난이 생길 때마다 각 당이 뒷북치기 식으로 특별위원회 설치를 남발하며 정부에 이런저런 주문을 쏟아내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되는 분위기다.
6일 각 당 대표의 아침 회의 첫 일성은 모두 ‘미세먼지 해결’이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환경부, 외교부와 이야기해서 공동 대처방법을 빨리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재난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정도로 정부 역할이 끝나는 게 아니다”며 “북한 때문인지 이 정권은 중국 눈치만 살피면서 강력한 항의 한 번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중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외교당국을 압박했다.아예 국회 차원에서 중국을 공식 방문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초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 차원의 방중단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응수했다.
각 당이 백가쟁명식으로 미세먼지 해결책을 던지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정치공방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당은 이날 당 차원의 미세먼지 특위를 발족하고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정용기 정책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공강우 대책은 기상청 차원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느냐”며 “쇼로 국면을 넘기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미세먼지의 ‘원죄’를 이전 정부에 떠넘기려는 기세다.
정치권이 요란하게 ‘뒷북 대응’에 나서는 사이 정작 미세먼지 관련 법안 53건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먼지가 쌓인’ 상황이다. 국회의 기본 책무인 법안심사를 지난 1·2월 임시국회에서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핵심인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미세먼지 해결의 방법론을 두고 또 다른 정쟁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