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노동계 '보이콧'에 의사결정구조 손질…"법개정 검토"

문성현 위원장, 의결정족수 미달에 긴급 기자회견…"근본 대책 세울 것"
11일 본위원회 개최…탄력근로제 합의 등 의결 재시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7일 일부 노동계 대표의 본위원회 불참으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최종 의결하지 못하자 의사결정 구조를 손질하기로 했다.경사노위는 11일 본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하고 불참 위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섰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본위원회 직후 경사노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회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마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경사노위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참석하에 본위원회를 개최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 등을 최종 의결할 계획이었다.그러나 근로자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문 대통령의 참석도 취소됐다.

이에 따라 경사노위는 문성현 위원장 주재로 비공개 본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문 위원장은 "오늘 개최된 본위원회에서는 일부의 불참으로 인해 어렵게 마련된 소중한 결과물이 최종 의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그는 "본위원회를 3월 11일 다시 개최하고자 한다"며 "청년·여성·비정규직 계층 위원들에게 다시 한번 참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 위원 18명으로 구성되는데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된다.

현재 본위원회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인데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한꺼번에 빠지면 1명만 남아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문 위원장과 기자회견을 함께한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의사결정 구조 운영 방식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필요할 경우 법 개정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상임위원은 "(이런 사태가) 재발한다고 하면 본위원회는 무력화할 수밖에 없다"며 "경사노위에서 앞으로 있을 합의안도 똑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이른바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라며 "이들이 중심이고 청년·여성·비정규직은 중요하지만 보조 축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계층 대표의 보이콧으로 본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위원장은 본위원회에 불참한 위원 3명에 대해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가 사회적 대화에 충분히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세 분이 각자 처한 조건에서 다수에 무시당하고 배제된다는 선입견을 그대로 경사노위에 갖고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본위원회에서 불참 위원들에 대해 엄중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고 전하며 "계속 불참하면 오늘 본위원회에서 단호하고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들의 의견이 좀 더 무게 있게 다뤄지지 않겠나"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국민이 바라는 격차와 불평등 해소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여 주체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노·사의 결단과 공익위원들의 노력으로 도출해냈던 탄력근로제 합의의 최종 의결이 미뤄지게 됐다"며 "(본위원회가) 취소된 점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경사노위는 11일 본위원회를 조찬을 겸해 개최할 계획이다.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포함한 안건을 다시 상정하게 된다.박 상임위원은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또 불참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가정으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최대한 (설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