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조합 '규제 고삐' 죈다…재개발 임대비율 상향

동절기 퇴거 금지 등 임차인 보호 강화…정비계획 공람시 분담금 공개
지역조합 가입자격 관할·연접 시군으로 제한…거주기간도 1년으로

앞으로 주택 재개발 사업시 현재 최대 15%인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이 상향 조정되고 정비계획에 주민들의 추가분담금 규모 등을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현재 광역 시·군 단위로 가입이 가능했던 지역주택조합은 관할 시·군과 연접 시·군 거주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이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7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조성과 관리를 위해 이와 같은 내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 재개발 임대비율 상향…세입자 참여 협의체 구성해야
국토부는 올해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높이고 실수요자,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개선에 나선다.재개발 사업의 경우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이 높아진다.

현재 재개발 사업시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임대주택의 비율은 건립 가구수의 30% 이내, 시행령에서 15% 이하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이 비율이 10∼15%이며, 경기·인천은 5∼15% 선이다.국토부는 15%인 상한 비율을 '20% 이하' 등으로 올려 지자체 판단에 따라 임대주택 건립을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재개발 세입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공공, 민간 전문가, 조합과 더불어 세입자가 직접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세입자 주거이전비, 상가 영업손실비 등 세입자 보상 문제를 협의하도록 명시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조례로 관리처분계획 수립시 임차인 참여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운영 중인데, 앞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어 다른 지자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동절기(12∼2월) 주택 철거 금지 규정을 확대해 동절기에는 세입자의 퇴거도 못 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정비계획 공람공고 시에는 주민들의 부담해야 할 예상 분담금을 명시하는 등 정보제공을 강화한다.

정비계획에 건축계획만 담기다 보니 모든 사업이 '장밋빛'으로 오인될 수 있고, 이로 인한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초기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추후 불거진 추가분담금 문제로 주민 간 갈등과 사업지연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을 대신해 인허가 등 사업 절차와 진행 업무를 도와주던 재개발 정비업자에 대한 자격 요건도 대폭 강화된다.

지금까지 정비업자는 추진위 설립 단계부터 사업에 개입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도 조합원 총회에서 추인 절차만으로 재선임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앞으로 조합설립인가 이후 정식 입찰을 통해 정비업자를 재선정 하도록 했다.

이는 사업 초기부터 개입한 정비업자의 비리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비업자가 과도하게 조합 업무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비업자가 재개발 추진위원회와 조합 운영비 등으로 자금을 대여해오던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국토부는 다만 공공과 민간사업자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일부 자금대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비업자 선정 과정에서 수주 비리가 적발되면 일반 건설사(시공사)와 마찬가지로 해당 입찰 참여를 무효화하는 등 투명성도 제고된다.

일반 건설사(시공사)에는 '3진 아웃제'를 도입해 수주 비리가 반복된 경우 입찰 참여에서 영구 배제하는 등 처벌도 강화할 계획이다.

◇ 지역조합, 원정가입·중복가입 차단…세대당 1건으로 제한
주택 침체기를 거치며 느슨하게 풀려있던 지역주택조합의 규제도 다시 고삐를 죈다.

국토부는 현재 '광역생활권'까지 허용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가입 요건을 '동일 시군 및 연접시군'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지역주택조합의 당초 취지와 달리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서울·경기·인천이, 충청도의 경우 충남·충북·대전·세종이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묶여 있다.

이에 서울에서 지역주택조합원을 모집할 경우 서울은 물론 경기·인천에 거주자도 세대주 등 요건을 충족하면 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해당 시와 시 경계와 맞붙은 연접 시군 거주자를 제외하고는 조합원 가입이 금지된다.

서울에서 조합원 모집을 하는 경우 하남·성남·고양시 등의 주민은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화성·남양주·양주시 등의 거주민은 조합원 가입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지역조합의 중복가입도 차단한다.

현재 무주택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을 보유한 세대주가 지역조합 신청이 가능하다 보니 1명의 세대주가 2개의 조합에 복수 가입하거나, 부부가 각각 세대를 분리해 지역조합에 가입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국토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투기적 수요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가구당 지역조합 가입 건수를 1건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재 조합설립인가 신청일을 기준 6개월 이상인 거주기간 요건을 1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조합 규약 등으로 조합원 탈퇴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경우가 없도록 조합 가입후 일정 기간(30일) 이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계약해제권'을 부여해 탈퇴를 자유롭게 할 방침이다.

계약금은 조합이 아닌 은행이나 신탁사가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일정기간 보관하도록 해 개약 해지 의사를 밝힌 경우 조건없이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주요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조합설립 전 관리감독을 강화해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 시민단체 "임대의무비율 30%까지 높여야"…업계 "재개발 수익성 악화 우려"
시민단체들은 이번 재개발 규제 강화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이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국장은 "재개발 임차인을 위한 임대주택은 턱없이 부족하고 입주 자격요건도 지나치게 까다로워 입주가 어려운 세입자들이 많다"며 "임대주택 비율을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같은 30%까지 높이고 입주 가격도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국장은 이어 "재개발 사업의 주거 세입자나 상인들의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길이 없었다"며 "세입자 참여 협의체 구성도 필요하지만 이보다는 재개발 사업시 세입자 보호 대책을 반드시 수립하도록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다소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마포·용산·성동구(일명 '마용성')나 동작구, 서대문구 등 일부 도심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지금도 수익성 문제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곳이 적지 않은데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상향되면 사업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비업체의 자금대여 중단과 관련해선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추진위나 조합 운영비 조달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서 정비업체에 운영자금 대여를 요구하지만 실제 자금조달을 해줄 수 있는 정비업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공공에서 대신 지원을 해준다면 정비업체로서도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비사업체 대표는 "현재 정비사업 공공지원제도를 시행중인 서울시도 예산 부족으로 추진위 등에 지원하는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자금조달 문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공 참여 사업에 대해서는 정비업체의 자금 대여를 허용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지역조합 사업에 대해서는 "중복가입이나 투기적 원정 투자자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함께 "경기가 위축된 시기에는 조합원 모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