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에 스토리 담아라"…마켓컬리 직원 200명 중 글쓰는 작가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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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3만弗 시대…소비 트렌드가 바뀐다‘100년이 넘도록 버크셔 돼지 품종을 사육해 온 미국 텍사스 농가에서 건강하게 비육된 순수 혈통 버크셔랍니다. 200일 이상 천천히 키워 도축하기에 깊은 맛과 풍성한 마블링이 남달라요.’
스토리텔링이 이끄는 유통산업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업체인 마켓컬리에서 파는 미국산 버크셔 흑돼지 목살(사진)의 상품 설명 중 일부다. 가격 정보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사육됐는지, 어떤 음료와 잘 어울리고, 어떻게 손질하고 보관해야 하는지가 담겨 있다. 마켓컬리 직원 200여 명 중 전문 에디터만 20명 정도다. 이들이 상품기획자(MD)들과 상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소통하며 소비자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정한다. 직원들이 먹어본 뒤 적은 후기인 ‘테이스팅 노트’를 글로 전달하기도 한다.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유통산업에서는 정직하고 정제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 ‘얼마인가’에서 이제 ‘어떤 물건이고, 어디서 왔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은 적게 먹고 덜 쓰더라도,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유통업계 곳곳에서 이미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농축수산물 유통채널인 푸드윈도우에는 농부와 어부들의 현장 사진과 함께 이 일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헬로네이처, 미식일상 등에는 생산자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라이프스타일 상점인 띵굴마켓에는 각 코너와 상품마다 긴 설명이 적혀 있다. 그릇 코너에는 ‘나의 살림로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어릴 적 모래밥과 나뭇잎 그릇 갖고 놀던 소꿉놀이, 어느덧 실전이 된 나의 살림살이들’이라는 설명으로 20~30대 소비자를 유혹한다. 각 제조사의 철학이나 개발자들이 생각한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표현돼 있다. 띵굴마켓, 아크앤북 등을 운영하는 OTD코퍼레이션의 김지인 마케팅실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가격과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원료로 누가 어떻게 제조했는지의 상세한 정보”라며 “아무리 작은 상품에도 제작 의도와 상세한 설명을 함께 담아 진열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