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법관의 기도문

<어느 법관의 기도문>

“하나님 아버지! 부족한 저에게 인간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법관의 직분을 허락하셨음을 감사합니다. 제 자신의 부족함과 무지함을 아오니, 모든 판단을 저에게 맡기지 마옵시고, 아버지께서 친히 판단하시되 저를 심부름꾼으로만 삼아 주시옵소서.사람들을 재판하는 자리에 나아갈 때에 저의 마음은 심히 두렵고 떨립니다. 기도하는 중에 담대함을 얻게 하시고, 믿음으로 용기를 얻게 하옵소서.

저의 마음가짐을 호수처럼 잔잔하게 하시고, 저의 양심을 거울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저의 온 마음이 선과 정의와 진리만으로 가득하기를 원하나이다. 부정한 청탁이나 부당한 간섭을 받는 일이 없도록 주께서 지켜 주시옵소서. 혹 유혹과 시험을 받을 때에는 주의 이름으로 단호히 물리칠 수 있게 하옵소서.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의 일을 올바르게 재판하는 일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간절히 비오니 주의 지혜와 총명으로 저의 우둔함을 채워 주시옵소서. 한 건이라도 잘못된 재판을 행할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까 심히 두렵나이다. 저의 지혜가 도저히 당하지 못할 때에 주 앞에 엎드리겠사오니, 주께서 옳은 길을 가르쳐 주시옵소서.저희들이 아는 인간의 법은 너무나 부족하고 잘못된 것이 많습니다. 모든 법의 원천이 되는 주님의 법을 늘 사모하고 그 법의 인도를 받게 하옵소서. 실정법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에 언제나 주님의 영원한 법을 등대삼아 그 법을 지향하게 하옵소서.

정의를 사랑하고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이 불같게 하옵소서. 참과 거짓을 분명히 가르는 정교한 잣대를 허락하소서.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과 미지근한 판단으로 옳음과 그름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사람들을 재판하고 다스릴 때에 사랑의 마음이 앞서도록 하옵소서. 죄를 미워하되 죄인을 미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이해와 양보와 사랑의 법을 전하여 그들로 하여금 화목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하옵소서. 항상 따뜻한 마음씨와 겸손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하시고, 행여 오만한 언어와 행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주께서 붙들어 주시옵소서.특히 가난한 자의 어려움과 억눌린 자의 아픔을 돌아보는 법관이 되게 하옵소서. 강한 자, 부유한 자에게는 도움의 손이 많으나, 약한 자, 가난한 자에게는 저 외에 도울 자가 없음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억울한 사람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넓은 아량을 허락하옵소서.

아무리 하찮은 사건이라도 당사자의 자유와 권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늘 마음에 간직하고, 하나하나의 재판에 최선을 다하고 신중에 신중을 더하게 하옵소서. 재판하는 자의 편리와 안일을 위하여 재판받는 사람들의 이익을 가볍게 처리하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바라옵건대 항상 겸손한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선한 법관이 되게 하옵소서. 사람보다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오늘보다는 역사의 긴 날을 내다보는 지혜로운 재판관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