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용사와 TDF·ESG 잇단 합작…국내 최초 일본에 펀드 수출

Cover Story - 한국투자신탁운용

전 세계로 나가는 한국운용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티로프라이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SSGA) 등 해외 톱 클래스 운용사와 협업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투자 대상을 세계로 확대해 투자자의 관심을 받았다. 또 일본 노무라증권을 통해 베트남펀드를 수출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도 한국운용이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비결로 꼽힌다.

美 타깃데이트펀드(TDF) 강자와 손잡아한국운용은 티로프라이스와 손잡고 2017년 2월 TDF 상품인 ‘한국투자TDF알아서펀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알아서 조정하고 자산 배분도 스스로 하는 펀드다.

청년기에는 주식과 고수익 채권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은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국·공채 비중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 만에 설정액 5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약 2400억원 규모의 펀드로 성장했다.

한국운용은 TDF 상품을 출시하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을 쏟았다. 2014년부터 투자솔루션(IS) 본부와 퇴직연금 부서를 차례로 신설, 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상품을 운용·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꾸렸다. 이후 TDF 운용의 오랜 경험이 있는 글로벌 연금 전문 운용사와의 협업을 결정했다.한국운용은 국내 TDF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임을 감안해 미국 연금전문 운용사의 앞선 투자경험을 적용해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1937년 설립된 티로프라이스는 뱅가드, 피델리티와 함께 미국 3대 연금 전문 운용사로 꼽힌다. 3개 회사의 TDF 운용 규모는 미국 내 전체 TDF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미국 TDF 시장은 2006년 115억달러 수준에서 2016년 말 887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한국투자TDF알아서 펀드시리즈는 티로프라이스가 2002년부터 운용해온 TDF 포트폴리오에 한국투자 비중을 약 10~15% 더해 장기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운용은 올해 안에 20~30대 젊은 세대에게 알맞게 설계된 ‘한국투자TDF알아서 2050’을 추가로 선보일 방침이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한국투자TDF알아서가 단기에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해외운용사를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이 발휘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검증된 파트너 선정한국운용은 최근 한국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에서도 해외 운용사와 협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미국 SSGA와 함께 ‘ESG투자세미나’를 지난 1월 말 개최하면서 상반기 ESG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운용과 SSGA는 2017년 2월 ‘한국투자SSGA글로벌저변동성펀드’ 출시를 시작으로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다. SSGA는 주로 정부 및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안정성 높은 투자를 추구한다.

SSGA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300조원의 운용 규모를 가진 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전체 운용자산의 7% 수준을 ESG 관련 투자로 운용하고 있다. 상장 준비 중인 한국운용의 ETF는 SSGA가 2016년 3월 아메리칸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킨 ‘SPDR SSGA Gender Diversity Index ETF’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상품은 미국 1000대 기업 중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여성 비중이 높은 기업을 뽑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세계 ESG펀드의 운용 규모는 지난해 10월 1180조원 규모로, 그 중 유럽과 미국이 약 70%를 차지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주주행동주의가 강조됨에 따라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ESG 투자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ESG 펀드 규모는 약 4000원으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위해서는 검증된 ESG 투자상품을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점에서 ESG 투자의 선두주자인 SSGA를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향후 연금과 ESG 상품 외에도 다양한 상품군에서 해외 운용사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해나갈 예정이다.

보수적인 일본 시장도 뚫어

한국운용이 굴리는 베트남 펀드는 일본으로 수출됐다.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공모펀드를 수출한 사례다. 이 회사가 노무라증권을 통해 일본에 선보인 ‘도쿄해상베트남주식펀드’는 작년 7월 현지에 첫선을 보인 이후 최근까지 약 43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본 운용사 상품과 차별화된 펀드로 주목받았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일본담당자는 “보수적인 일본 시장에서 한국 운용사 상품이 판매됐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한국운용은 또 일본 부동산 공모펀드를 국내 업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수년간 일본 현지 부동산업체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온 노력이 직접 부동산을 발굴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금융상품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외상품으로 접목시킬지, 어떤 해외 운용사와 손잡을지를 두고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